연초부터 금융권에서 노사갈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을 시작으로 MG손해보험까지 노사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그나마 KB국민은행은 총파업 전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문제는 기업은행과 MG손보의 경우 노사갈등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와 사측이 ‘2024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합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보로금(성과급) 300%(월 기준임금 기준)+1000만원 △임금인상률 2.8% △신규 채용 확대 △경조금 인상 △의료비 지원제도 개선 △임금피크제도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사측은 지난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피해 보상 등으로 여력이 없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의 성과급 등에 난색을 보였다. 이에 노조는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88.22%, 찬성 96%로 파업을 결정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의 전운 속 노사는 지난 20일 임단협을 재차 개최하고 임금인상률 2.8%, 성과급 250%(월 기준임금 기준)+200만원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임금인상률 2.0%, 성과급 280%(월 기준인금 기준)였던 2023년 타결안과 비교해 입사 연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이처럼 무사히 노조와의 마찰을 끝낸 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사측과 노조간 갈등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곳들이 있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임금차별과 수당 체불을 이유로 회사 설립 52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총파업을 실시했다. 여기에 2, 3차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조는 시중은행보다 임금이 30% 적은 상황이라면서 △기본급 250% 특별성과급 지급 △시간외수당 1인당 600만원 지급 △우리사주 100만원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행 사측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승인을 이유로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총액인건비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인건비 총액을 정부가 제한하는 대상이라는 의미로, 기재부가 매년 설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에서만 인건비를 책정할 수 있다. 때문에 기업은행에서는 임금 인상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파업 열기는 한국은행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 노조는 “기업은행 노조의 차별 임금을 바로 잡고, 체불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총파업 투쟁에 연대하겠다”라며 기업은행 노조와의 연대를 선언했다. 당장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국책 금융기관과의 연대를 통해 한은의 급여 정상화와 단체교섭권을 쟁취하겠다는 게 한은 노조의 입장이다.
기업은행 사측에게 더 불리한 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통상임금 관련 리스크까지 겹쳤다는 점이다. 노조와 퇴직자는 2014년 6월 기본급의 600%인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점이 부당하다면서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는 2016년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지만, 이번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로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급해야 할 전체 금액은 추정이 어렵지만, 통상임금 소송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 내용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MG손해보험을 둘러싼 갈등은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다. MG손해보험의 매각을 앞두고 MG손보 노조와 예금보험공사가 격렬히 대립하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예금보험공사는 세 차례에 걸쳐 공개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24년 8월 수의계약 전환 후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 중이지만 MG손보노조가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실사가 중단됐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원천 반대하는 입장이다. MG손보 노조는“손해보험 시장에서 메리츠화재가 사업을 확장한 방식을 생각하면 신뢰할 수 없다”며 “메리츠화재는 30세 이상 직원을 대거 구조조정한 이력이 있다. 인수 당시에는 고용승계를 약속하더라도 이후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화재가 자산·부채의 이전(P&A) 방식으로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것도 불안 요소”라고 덧붙였다.
예보는 이번 매각이 불발되면 사실상 다른 방법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보는 “약 3년간의 공개매각 추진 과정에서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해 추가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불확실하다”라며 “실사 진행이 안 돼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해 정리 대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예보는 정리 방안으로 △4차 공개 매각 △타 보험사 계약 이전 △청산·파산 △경영 정상화 등 여러 가지를 제시했다. 그 중 예보는 ‘청산·파산 방식’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예보는 “청산·파산 방식이 보험계약자와 MG손보 근로자 모두에게 불리한 방식”이라며 “실사를 방해하는 MG손보 노조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매각 절차는 일시 중단됐다. 중단 원인을 두고도 공사와 노조는 서로를 비난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파국에 이르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매각무산돼 청산 절차를 밟는다면 기존 MG손보의 보험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해약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MG손보 보험계약자가 124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5000만원을 초과하는 보험계약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보험 본연의 위험 보장 기능이 상실되며 타보험사에서 기존 보험과 동일한 조건으로 재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