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연기의 핵심은 진실인 것 같아요. 감정이 안 잡혀서 흉내 내면 항상 들통나더라고요.” 데뷔 28년 차에도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배우 송혜교의 고백이자 열정이다.
2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혜교는 영화 ‘검은 수녀들’로 11년 만에 관객을 찾는다. 그는 이 작품에서 악령이 깃든 소년을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니아 수녀로 분했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데에 이어 또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인연이 닿았어요. ‘더 글로리’가 끝나고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는데, 장르물 위주로 시나리오를 보다가 만난 게 ‘검은 수녀들’이었어요. 원래 후반 작업이 많이 필요한 영화에 흥미를 못 느끼는데, ‘내가 구마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게 됐어요.”
드라마적 성격이 강한 오컬트물이라는 점도 ‘검은 수녀들’에 끌렸던 이유 중 하나다. “한 번도 해보지 않는 구마 신을 해보고 싶었어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죠. 그리고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의 연대가 너무 좋았어요. 신념이 다른 두 여성,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그런 목적 하나만두 여인 힘도 없는 그런 여성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렇다고 선뜻 출연하기엔 걸리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담배를 피우는 신이었다. 비흡연자지만 캐릭터 구축에는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 그는 실제 흡연을 결심했다. “빼달라고 할지 고민도 했었는데, 그렇게 되면 유니아 수녀의 성격을 설명할 때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첫 신부터 담배를 피우면서 시작하는데 가짜로 하면 유니아의 모든 것들이 가짜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6개월 전부터 연습했죠.”
유니아 수녀는 ‘진짜’였다. 작품에서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는 피부결까지 그대로 드러났다. 송혜교를 유니아 수녀라고 믿기 만드는 연출이었다. “작품 할 때는 예쁜 얼굴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 거친 표현이 드러나는 게 캐릭터에 더 맞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만큼은 외모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행사 갈 때 예뻐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꾸미죠(웃음).”
‘진심’과 ‘연기’는 사전적으로 의미가 상충하는 단어들이지만, 배우 송혜교에게는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거짓으로 연기하면 인물이 아니라 송혜교라고 생각해요. 감정이 안 잡힐 때 도움을 받으려고 듣는 음악도 따로 있어요. 연기가 아직 너무 어려워요. 어렸을 때는 지금쯤 되면 연기를 가지고 놀 줄 알았어요(웃음). 계속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