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패·몰수패’ 커제, 심경 토로…부친도 한국기원 성토 [바둑]

‘반칙패·몰수패’ 커제, 심경 토로…부친도 한국기원 성토 [바둑]

LG배 결승서 변상일 9단에 ‘반칙패’, ‘몰수패’로 우승 내준 커제
개인 방송서 눈물 흘리며 심경 밝혀…커제 부친도 한국기원 성토

기사승인 2025-01-29 16:11:52 업데이트 2025-01-29 16:20:42
커제 9단이 눈물을 흘리며 심경을 밝혔다. 커제 개인 방송 캡처

메이저 세계바둑대회 사상 초유의 ‘반칙패’와 ‘몰수패’로 LG 우승을 빼앗긴 중국 바둑 레전드 커제 9단이 눈물을 흘리며 심경을 토로했다. 커제 9단의 부친 또한 한국기원을 성토하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커제(柯潔) 9단 부친 커궈판(柯國凡)씨가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커제가 억울하게 패배했고, 아직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부친 커궈판씨는 아마3단 기력을 갖춘 바둑 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커제의 부친 커궈판은 “심판이 경기장에 들어와 경기를 중단시킨 행동은 선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며 부적절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바둑 경기가 아니며, 바둑 본연의 의미를 벗어난 상황”이라고 질책하며 “바둑은 경쟁 속성을 가진 스포츠로, 관중은 바둑의 내용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이지 선수의 습관을 보는 데 흥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커궈판은 “규칙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바둑이라는 스포츠에서 멀어지는 일”이라며 한국기원 심판의 개입에 대해 날을 세웠다.

다만 커궈판은 “판정 자체는 규정에 따라 내려진 것이므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규칙이 제정될 때 충분히 숙고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사석 관리 규정에 대해) 규칙이라기보다 일종의 습관에 가깝다. 습관이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LG배 결승전을 펼치고 있는 커제 9단.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어 “규칙은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다뤄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도핑을 하거나 고의로 시간을 끌며 상대를 방해하는 행위는 규칙으로 금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돌을 바둑통 뚜껑에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의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경기 결과에도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습관을 규칙으로 만드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중국 바둑 기사들은 사석(따낸 돌)을 습관적으로 상대 대국자에게 돌려주거나 혹은 아무 곳에나 놓아둔다. 한국에서 사석을 계가에 활용하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사석이 없어도 계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상에 집만 세서 계가를 하기 때문에 사석이 중요한 반면, 중국은 종국 후 집과 돌의 개수를 모두 합산하므로 사석을 집에 메우는 것과 상대에게 돌려주는 것이 모두 동일한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양국의 계가 방식이 다르다.

이를 언급한 커궈판은 “중국 프로기사나 아마추어 바둑인 대부분은 돌을 바둑통 뚜껑에 올리는 습관이 없다”면서 “커제도 어릴 때부터 돌을 옆에 놓는 습관을 길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 한국, 일본의 바둑 규정이 서로 다른데, 이로 인해 이런 갈등이 생긴 것”이라며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커제의 부친 커궈판은 “커제는 전혀 충동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바둑협회가 LG배 결승3국 판정(변상일의 기권승)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변상일이 세계 챔피언으로 불릴 수 있을까?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편 커제 9단은 “이번 대회는 내겐 무척 중요했다”면서 “아홉 번째 세계대회 타이틀이 걸린 경기였고, 나는 우승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즐겨하던 게임과 소셜 미디어 앱을 모두 지우고 오로지 바둑 연구에만 매진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면서 “20일에 열린 1국에서 좋은 내용으로 승리를 거뒀고, 이것은 나에게 더욱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커제 9단은 “세계대회 통산 타이틀 획득 9회는, 중국 바둑 역사상 전례없는 기록이 되는 것이라서 이번 대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것을 걸었다”로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이세돌 9단의 라이벌인 구리 9단과 커제 9단만 8회 우승을 달성했을 뿐, 아직 세계대회 9회 우승자가 없다.

이어 커제 9단은 “22일(한국기원 심판 판정에 의한 LG배 결승 2국 반칙패)을 기점으로 내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면서 “이후 며칠간 나는 끝없는 악몽 속을 헤매는 듯했다. 마치 지옥을 걷는 것만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엄청난 상처이자 정신적 외상이나 다름없었다”면서 “끝없는 어둠 속에 빠진 것 같았고, 눈을 감으면 그 끔찍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고,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으며 잠조차 이루지 못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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