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대통령제 구조적 한계…균형·견제 ‘내각제’ 고려해야” [쿡 인터뷰]

황우여 “대통령제 구조적 한계…균형·견제 ‘내각제’ 고려해야” [쿡 인터뷰]

“87년 개헌 군부독재 대통령 권한 경계…구조적 갈등 문제”
“내각제로 중도정당·다당제 환경 만들어야…정치갈등 완화”

기사승인 2025-02-06 06:00:10 업데이트 2025-02-06 07:35:39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인근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이념과 진영을 떠나 모든 대통령의 말로가 좋지 못했다. 사람이 아닌 제도의 문제를 봐야 할 시점이다”


이는 헌법학자인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인터뷰 중 꺼낸 말이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87년 개헌’이 군부독재 비대해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지만, 갈등의 요소를 남겨 체제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5일 두 차례의 탄핵정국을 지적하면서 ‘내각제’를 고려할 시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여러 분을 모셨다. 그러나 대부분 대통령의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며 “이제는 사람의 문제로 보기보단 제도의 문제를 봐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마지막에 하야한 뒤 돌아오지 못했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끝이 좋지 못했다”며 “국민 영웅이었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제들로 곤욕을 겪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지막이 참 어려웠다”고 전했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제가 가진 여러 차례의 선거가 갈등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대선과 총선, 지선 등 세 차례의 선거를 한다. 우리 국민들이 똑똑하기 때문에 항상 견제 세력을 마련한다”며 “그러나 헌법은 대통령에게 권한을 주고, 국회에 권력을 부여해 여소야대가 되면 갈등이 극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야당은 다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현 정부를 막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며 “협치보단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덧붙였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내각제로 인한 다수당 독주’ 문제에 대해 “선거가 돌아오면 국민이 해당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통령제는 한번 뽑으면 탄핵 전까지 5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내각제 기반 총리는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무총리와 장관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고 능력도 입증해야 한다. 정치인은 같은 당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견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며 “권력 편향은 현 대통령제보다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각제 장점’으로 △국론 분열 방지 △중도정당과 다당제 활성화 △갈등구조 완화 △대통령제 리스크 완화 △협치기반 정치환경 조성 등을 꼽았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내각제는 중도정당을 탄생시켜 과반 다수당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럽 내각제 국가를 보면 4~5개 정당이 존재한다”며 “대통령제에서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도 양당을 기준으로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 내각제 국가들은 정책을 위해 소수정당에도 협력을 요청하는 모습이 흔하다. 같은 이념 내에서도 자신과 더 가까운 정당을 고를 수 있게 된다”며 “내각제가 도입되면 상원과 하원처럼 견제기구가 추가로 생긴다. 견제와 균형이 유연하게 이뤄지게 된다”고 전했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5년 단임제와 4년 중임제 모두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임기가 끝나면 은퇴기 때문에 힘이 빠지거나 막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4년 중임제는 다음 선거를 고려해 무리한 국정을 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위기의 ‘보수’ 여당 역할론…자유·도덕성 병행 강조


황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위기에 근본적인 여당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여당은 정권을 인수하는 당이다. 그 얘기는 대통령이 1호 당원이라는 의미”라며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확정적인 발언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는 95%가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들도 국민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반영해 헌재에서 판단을 내릴 것이다. 여당이 단죄를 단언하는 건 제 역할을 못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또 “여당은 (윤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적으로 같이한다. 탄핵심판이 이뤄지고 형사재판이 되면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며 “그러나 여당이 엄동설한에 대통령 지지를 보낸 사람들에게 아무 관련 없다는 메시지를 주면 야당이 두 개가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보수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도덕성을 갖춘 ‘자유’를 꼽았다. 그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은 자유다. 자유가 방종이 되면 보수정당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며 “보수는 높은 도덕적 의식을 갖춘 상태로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자 “신의와 정의, 평화로 기쁨을 주고 웃으면서 정치할 줄 알아야 한다. 경색된 표정과 태도로 정치하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며 “밝은 분위기 속 문제점을 지적하고, 협치를 해나가면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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