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둑 레전드 커제 9단의 심판 판정 불복으로 촉발된 ‘LG배 파행’ 사태가 약 15일 만에 봉합 수순을 밟게 됐다.
6일 바둑계에 따르면, 중국바둑협회에서 “논란이 된 규정을 한국기원이 변경 조치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바둑협회는 LG배 결승 3국 결과(커제의 경기장 이탈에 의한 기권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내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해왔다. 한·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상황에서 중국바둑협회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는 한국기원이 지난 3일 발표한 내용 외에 추가적으로 ‘통 큰 양보’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이 하루 전인 5일 중국바둑협회에 보낸 공문에는 “경고를 두 번 받을 경우 ‘반칙패’를 당하는 규정을 확실하게 폐지했다”는 내용에 더해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에서 경고(경고 1회=벌점 2집, 경고 2회누적=반칙패)를 줬던 기존 룰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특단의 조치’가 포함됐다.
지난 3일 한국기원이 개최한 긴급 운영위원회에서는 “반외 규정에 의한 경고에 대해서는 누적 반칙패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는 입장만 냈을 뿐 ‘벌점’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일각에서는 벌점을 2집에서 1집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었는데, 중국바둑협회가 공개한 공문에 의해 ‘벌점’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중국바둑협회 관계자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바둑협회가 한국기원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규칙 개정 사항들이 수용되면서 양국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LG배 결승전 논란 이후 중국바둑협회는 일관성 있게 규칙을 존중하고, 규정 내에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왔다”고 밝힌 해당 관계자는 “양국이 향후 계속해서 협의하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바둑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회 준비 과정에서 규칙 연구와 적응 능력 강화를 위한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며 “한국기원과 협력해 규칙의 합리화 및 국제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쿠키뉴스에서 5일 보도한 ‘[단독] ‘LG배 사태’ 의견 낸 신진서 “3국은 커제 잘못도 크다” [쿠키인터뷰]’ 기사에 실린 내용과도 궤를 같이한다. 해당 기사에서 신진서 9단은 “국제룰을 만들어야 하고, 어렵다면 최소한 서로 수긍할 수 있는 규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한편 한국기원은 농심배와 쏘팔코사놀배에서 벌점을 부과하는 룰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