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가 생활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여기서 더 올린다고 하니까 당연히 부담됩니다.”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촌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배소현(32·여)씨는 지하철 요금 인상 소식에 울상을 지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하철에 오른다. 생활비에서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이미 적지 않은 교통비가 더 오른다고 하니 배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서울시가 예고한 지하철 요금 인상분이 다음 달 중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교통공사의 재정난 해소를 위해 지난 2023년 10월7일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했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지하철 요금은 1400원에서 1550원으로 150원 오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23년 300원 요금을 인상하려고 했으나 정부의 절실한 물가 인상 억제 협조 요청에 따라 미뤘던 것이 올해까지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수도권 지하철 대부분을 관할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교통공사의 적자는 △2022년 6420억원 △2023년 5173억원 △2024년 7288억원이다. 누적 적자는 7조3360억에 이른다. 공사는 이번 인상으로 연간 1641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해명에도, 시민들의 부담감은 덜어지지 않았다. 2년 전에 이어 올해 상반기 두 차례 요금이 인상되자, 고물가에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시민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박승현(33·남)씨는 “자꾸 오르면 대중교통을 타기에 부담된다”며 “조금씩 올리던데 2000원이 넘어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일부 시민들은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게 절대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다”며 “최소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동에 거주하는 김모(40대·남)씨는 “언젠가 저도 노인이 되면 혜택을 볼 사항이다”라며 “연령 기준을 높이는 것보다는 정부에서 손실 보전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 요금은 지하철 요금 인상과 상관없이 유지될 방침이다. 오 시장은 “기후동행카드를 많이 쓰면 적자 폭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일종의 교통 복지로 생각하고 시작한 사업인 만큼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동행카드 이용이 늘수록 공사의 적자 폭이 늘어나는 데 대해 “요금 인상을 통해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인 지하철 요금 인상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 측은 “인천과 경기 등 타 지자체와의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으나, 3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