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최고 수준인 KB라이프생명과 신한라이프생명의 건전성 지표가 일부 하락했다. 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은 가운데 일부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확대를 통해 금리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12일 각 사 공시를 종합하면 지난해 KB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265.3%로 전년 대비 64.5%p 떨어졌다. 신한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비율도 같은 기간 206.8%로 44.0%p 감소했다.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 대비 갖고 있는 금액을 뜻하는 지급여력비율은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건전성 지표 하향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하 영향이 크다. 지난해 9월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인하하면 보험 부채 할인율이 함께 감소해 보험 부채가 커진다. 그 결과 금리가 0.1%p 하락하면 경과조치 후 생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25%p 줄어든다.
문제는 금리가 추가인하 되는 상황이다.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를 시사하며 연방준비제도를 압박하고 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 실장은 “지급여력비율은 어떤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순자산이 감소하는 것을 리스크로 본다”면서 “부채 기간(듀레이션)이 자산 기간보다 긴 보험사라면 금리 리스크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손보사보다 생보사가 금리 인하로 지급여력비율 타격을 크게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망까지 보장하는 종신보험이 많아 부채 기간이 자산 기간보다 길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이에 비교적 부채 기간이 짧은 저축성보험 신계약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KB라이프생명이 체결한 저축성보험 신계약 금액은 3조2183억원 규모다. 전년 같은 기간 맺은 신계약 금액보다도 3.2배 많다.
보험업계는 지급여력비율이 200% 이상으로 안정적인 만큼 소비자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한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자사 지급여력비율은 200%를 넘겨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두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법정기준인 100%와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훌쩍 넘는다.
생명보험업계는 지난 2023년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 이후 건전성 지표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국내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211.7%로 양호한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