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즐기는 ‘정월대보름’…남산골한옥마을 현장은 [가봤더니]

서울에서 즐기는 ‘정월대보름’…남산골한옥마을 현장은 [가봤더니]

서울시, 남산골한옥마을서 ‘청사진’ 행사 개최

기사승인 2025-02-13 06:00:09
12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정월대보름 행사 ‘청사진’이 진행됐다. 김동운 기자

“좋은 소식 많이 들으세요~”

한국인의 일반적인 회화에서 듣기 힘든 말이다. 하지만 2월12일, 음력 1월15일에는 옛 조상들이 서로에게 덕담을 건내며 한 말이기도 하다. 한 때는 설날보다 더 큰 명절로 받아들여졌던 정월대보름에서 ‘귀밝이술’을 나눌 때 하는 ‘세시풍속’이다.

서울시는 12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전통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는 ‘청사진’ 행사를 개최했다. 푸른 뱀의 해, 첫 보름달을 보며 ‘청사진’을 그리듯 한 해를 계획하며 소원을 빌어보는 시간을 만들자고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정월 대보름은 정월(1월)의 보름날을 가리키는 말로, 음력 1월15일에 해당하는 한국의 전통 명절을 말한다. 한국의 세시풍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날로 설날만큼 비중이 크다. 부럼,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등을 나누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빌거나, 줄다리기나 달집태우기 같은 행사를 즐긴다.

한옥마을 중심에 마련된 달집. 우천으로 인해 달집 태우기 행사는 취소됐다. 김동운 기자

이번 청사진 행사가 열리는 12일은 오전부터 진눈깨비가 섞여 내리면서 진행이 어려울 뻔 했지만, 오후부터 눈이 그치면서 대부분의 체험 행사들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달집에 소원을 적어 매다는 △달집 소원, 부럼을 깨물어 먹으며 무사태평을 비는 △부럼 나눔, 귀가 밝아지고 한 해의 좋은 소식을 듣게 된다는 △귀밝이술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다만 아쉽게도 우천으로 인해 이번 행사의 백미인 ‘달집태우기 행사’는 취소됐다.

오전에 내린 눈 때문인지 행사장도 비교적 한가했다. 남산골한옥마을 안내소 담당자는 “매년 대보름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짓궂어 방문객들이 비교적 적게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부스는 ‘부럼 나눔 행사장’이다. ‘부럼’은 이로 깨물어 먹는 호두, 땅콩, 잣이나 밤 같은 견과류들을 이르는 말이다. 견과류를 깨물어 먹었던 것은 부스럼이 한 해 동안 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부럼을 받아간 시민들은 옆에 있는 ‘귀밝이술’ 부스가 맞아준다. 귀밝이술은 음력 정월 대보름 날 아침 일찍 마시는 술이다. 귀가 밝아지는 것은 물론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귀밝이술을 나눠주는 봉사자들은 시민들에게 “좋은 소식 많이 들으세요”라며 덕담을 건넸다. 귀밝이술을 받아간 박 모씨(65세)는 “어린 시절 대보름을 지낼 때 부모님에게 듣던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며 “올 한 해는 좋은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집 소원 부스에 가족들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달고 있다. 김동운 기자

귀밝이술을 음복했다면 달집에 소원을 적어 매다는 ‘달집 소원’ 부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달집’은 저녁 달맞이를 할 때, 불을 질러 밝게 하려고 짚·솔가지·땔감 등을 묶어 쌓아 올린 무더기를 가리킨다. 이 달집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달아 달맞이를 진행할 때 태우며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다. 

달집 부스에는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새끼줄에 소원을 적은 글귀를 매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달집 소원 부스에서 만난 김 군(9세)는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김 군의 어머니인 이 모씨(38세)는 “아이들에게 전통 문화를 체험시켜주기 위해 행사장을 방문했다”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아이들과 함께 세시 풍습을 즐길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정월대보름 행사를 기획한 마채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정월대보름은 휘영청 밝은 달 아래서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던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라며 “앞으로도 전통 세시풍속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우리의 전통을 미래세대에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