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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업계 숙원이던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한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빨라지는 데 발을 맞추려는 조치다. 법집행기관·비영리법인·가상자산거래소 등에 먼저 허용하고, 전문투자자 법인·일반법인 순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13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 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지난 2017년 정부의 규제에 따라 제한돼왔다. 개인에 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자금세탁 및 시장과열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현재까지도 은행들은 법인 명의의 실명계좌 개설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크립토 대통령’을 내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국 기조도 달라졌다.
우선 올해 상반기부터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한다. 법집행기관과 주무 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는 지정기부금단체, 대학교 등의 법인 실명계좌를 2분기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범죄 이익으로 몰수한 가상자산을 처분하거나, 기부금으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부·후원 목적의 가상자산 수령‧처분과 관련해 최소한의 내부통제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에도 나선다. 현재 대부분 비영리법인이 가상자산 수령・현금화 기준‧절차 등이 미비해 처분시점・방법에 따른 불확실성 있는 점을 고려했다.
하반기에는 위험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재무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허용한다.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개사가 그 대상이다. 김 부위원장은 “해당 법인은 리스크와 변동성이 큰 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하고 블록체인 연관 사업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측면 등을 감안했다”며 “자유로운 가상자산 매매가 허용되는 만큼 자금세탁 우려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보완 장치 마련, 전산 시스템 구축 등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금 세탁 등 불법 자금 흐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각종 보완조치도 강화한다. 상반기 중 은행의 거래 목적·자금 원천 확인 강화, 제3의 가상자산 보관・관리기관 활용 권고, 투자자에 대한 공시 확대 등을 담은 ‘매매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종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과 거래소가 세부심사를 거쳐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가상자산의 직접 매매 허용보다는 토큰증권(STO) 입법을 통한 토큰증권 발행 지원, 금융권의 블록체인 분야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법인의 경우, 가상자산시장 상황과 시범 허용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후, 2단계 입법과 외환·세제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완료되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신규 거래지원 직후 발생하는 가격 급변동(상장빔) 현상을 방지하고, 유행에 기반한 무분별한 상장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대다수 위원들은 ‘거래지원 모범사례’ 개정을 통해 거래지원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 이행을 위한 내부통제기준, 매도·매매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DAXA 등 관계기관과 함께 TF를 꾸린다. 또한 가상자산사업자, 업계 전문가 등 시장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하여 로드맵에 따른 법인 시장참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위원회는 토큰증권(STO) 도입을 위한 제도정비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토큰증권이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자산 형태의 증권이다. 토큰증권이라는 그릇이 생기면 기존에 전자증권만으로 담기 어려웠던 부동산이나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 다양한 실물 자산과 권리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부위원장은 “로드맵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관계부처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등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TF를 즉시 구성해 대상 법인별로 필요한 가이드라인 등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