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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의 국장 탈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지속되는 상황.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이다.
14일 금융감독원의 ‘2025년 1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 687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 3조6580억원 매도와 비교해 감소했지만, 비상계엄 특수 후 매수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중국 AI 딥시크 여파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주식시장 내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으로 풀이된다.
주요 국가별 주식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의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2조6000억원·800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영국(1.5조원)과 노르웨이(0.9조원) 등 유럽권(3.1조원) 국가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 금액보다 더 많은 국내 주식을 팔며 1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흐름을 이끌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연이은 매도세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2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같은 해 3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주식 5조1020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주 부진, 지난해 4분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금액은 22조748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밸류업을 발표한 지난해 2월 0.96배에서 지난달 0.88배로 떨어졌다. 밸류업 효과가 1년도 지속되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 노력에도…전문가들, "실효성 담보 못해"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금액은 지난달 기준 707조8000억원으로 시총의 26.9%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금융당국도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을 돌리기 위한 정책에 힘을 싣고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1일 국내 시장이 프리미엄 자본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코리아 프리미엄 전략은 △자본시장 밸류업 달성부터 △미래 성장동력 확보 △투자자 신뢰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4대 핵심전략을 담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0일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영문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개방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발길을 돌린 이유는 경기가 너무 안 좋기 때문”이라며 “환율도 오른 상황에서 당분간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억지로 기업 가치 올린다고 해서 될 거면 벌써 했다”며 “정부 정책보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행보는 다 예측된 상황”이라며 “금리가 미국이 훨씬 높은데 외국인들이 굳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성장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주주 환원 정책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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