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상생안 아닌 ‘상승안’?…이중가격제 확산에 자영업자·소비자 한숨

배달앱 상생안 아닌 ‘상승안’?…이중가격제 확산에 자영업자·소비자 한숨

배달앱 상생안 시행 앞두고 차등 요금제로 수수료 부담 늘어
프랜차이즈 너머 자영업자에게도 이중 가격제 확산
최종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전문가들 “정책적 통제 필요”

기사승인 2025-02-14 16:05:52 업데이트 2025-02-14 16:11:32
배달앱 상생안이 오는 2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과 자영업자들이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곽경근 대기자

배달앱 상생안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이중가격제’ 도입이 심화되고 있다. 배달 수수료에 따른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 민족은 오는 26일, 쿠팡이츠는 다음 달 말부터 중개수수료율 인하를 합의한 상생안을 시행한다.  

주요 배달플랫폼 4개 사업자와 입점업체 4개 협회·단체, 정부 및 공익위원 등은 지난해 7월 ‘배달 플랫폼-입접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했다. 상생협의체는 배달플랫폼 이용 부담 완화를 위해 110여일 동안 12차례의 회의를 거쳐 상생안을 도출했다.

상생안의 핵심은 ‘차등 요금제’다. 배달의 민족은 현재 9.8%인 배달 수수료를 매출 규모에 따라 2~7.8%로 인하해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매출 상위 35%까지는 7.8%, 35~80%는 6.8%, 하위 20%는 2%다. 

반면 배달비는 올라간다. 매출 거래액 상위 35% 업장에는 500원, 30~50%는 200월 인상 적용한다. 거래액 50~100% 업장에는 현행과 동일하게 1900~2900원을 적용한다.  

그러나 상생안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반쪽짜리 협의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배달 비중이 높은 곳은 상생안 이전보다 수수료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김영명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정책의장은 “가시적으로는 수수료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역으로 배달비는 오른 조삼모사격”이라며 “(배달의민족 기준) 협의 전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올린 후 7.8%로 내렸기 때문에 상생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배달 상생안 이달 26일부터 도입,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고통? [이슈 인사이드] 장경호 PD

자영업자 “상생안은 선택 아닌 수용”…이중가격제 도입 늘어나 

프랜차이즈 업체와 자영업자들은 상생안에 따른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배달 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은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배스킨라빈스와 본죽&비빔밥도 이를 도입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 비중이 큰 치킨 프랜차이즈 등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계속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광명에서 배달 전문 아귀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배달 주문으로 인한 과도한 수수료 때문에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수수료 부담이 높아지면 배달 주문 가격을 올리거나 최소 주문금액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달 주문이 80~90%를 차지하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자영업자는 배달앱이 없으면 장사를 못하기 때문에 상생안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플랫폼의 정책에 따라 가격 등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달 수수료로 매장 운영이 어려워 이중가격제 도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도 많다. 경기 양주시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성철(58)씨는 “배달 수수료를 떼면 매출은 이미 적자”라며 “햄버거처럼 매장이 많은 프랜차이즈와 달리 영세한 중국집의 경우 배달 주문 가격을 올렸을 때 소비자들의 불만이 걱정돼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중가격제 최종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정책적 통제 필요

이중가격제를 시행하는 매장이 늘어나면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 수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식사를 배달 주문으로 해결하는 조모(48)씨는 “물가 상승으로 식비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배달 주문 가격까지 더 높아져 부담이 된다”며 “결국에는 주문을 줄여야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28)씨는 “퇴근길에 식당에 들러 포장을 하면서 배달 주문 가격이 더 비싸다는 걸 알았다”며 “무료 배달만 믿고 돈을 절약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매장을 일일이 방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정수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이중가격제로 인해 소비자들은 배달 주문을 많이 할수록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며 “배달플랫폼과 가맹점들이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최종 비용을 부담시키는 이중가격제라는 무책임하고 손쉬운 해결방안을 내세우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중가격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악순환이 아닌 상생으로 나아가려면 정책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성훈 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중가격제는 결국 배달 수수료로 인한 부담이 소비자 귀착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하고 기형적인 형태의 가격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상생협의체는 법적인 강제 조항 없이 서로 합의에 의해 상생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협약이 파기되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배달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 또한 정책적으로 배달플랫폼 시장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다경 기자
ydk@kukinews.com
양다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