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로맨스도 완벽한 ‘연기업자’ [쿠키인터뷰]

이준혁, 로맨스도 완벽한 ‘연기업자’ [쿠키인터뷰]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주연 배우 이준혁 인터뷰

기사승인 2025-02-15 07:00:04
배우 이준혁. 에이스팩토리 제공


“제 취향이 정말 마이너했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그간 사리사욕을 열심히 채워왔기 때문에 ‘나의 완벽한 비서’를 만나게 된 거니까 다행이죠.” 로맨스에도 강한 배우 이준혁을 지난 10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을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출연자로 비유하며, 대중의 입맛에 딱 맞는 작품을 내놨다는 뿌듯함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비밀의 숲’,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60일, 지정생존자’ 등 장르물에서 개성이 짙은 캐릭터를 맡아 활약해 왔다. 그는 멜로물이 뜸했던 이유를 묻는 말에 “크리스찬 베일을 유독 좋아했다. 이름 대신 캐릭터만 남는 판타지를 꿈꿨다”고 답하며 웃었다.

그랬던 그는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완벽한 아빠이자 비서이자 연인인 유은호로 완벽히 얼굴을 갈아 끼우는 데에 성공했다.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로맨스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늘 그렇듯 자신의 ‘판타지’를 좇는 과정에서 이 작품과 연이 닿게 됐다.

“제가 독특한 인물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독특하지 않은 거예요. 오히려 은호라는 캐릭터가 가장 독특해 보이더라고요. 제 주변에는 저 같은 사람들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회사 다니면서 육아하는 삶을 사는 친구가 판타지처럼 느껴져요. 이러한 상황이라서 대본을 더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별의별 캐릭터를 소화해 본 그지만, 의외로 평범해 보이는 유은호가 연기하기에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은호는 2회 이후 주인공으로서 목적을 상실해요. 일을 찾아 버리잖아요. 보통 캐릭터는 목적을 계속 가져가는데, 이 부분이 상실되니까 표현이 어려웠어요. 모든 신의 조연 같다고 느꼈거든요. 리액션을 주고, 튀지 않는 베이스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말대로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지 않은 인물인 만큼, 보는 이도 갈피를 잃기 쉽다. 그러나 이준혁 표 유은호는 우려와 달리 매력적이었고, 그랬기에 많은 시청자의 호평을 끌어냈다. 비결은 적절한 변주로 불어넣은 리듬감이다.

“브리지의 리듬과 유머에 신경을 가장 많이 썼어요. 클리셰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대신 이를 잇는 부분이 변칙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텍스트가 훌륭하더라도 대표님과 걷다가 ‘농구하실래요?’라고 말하면서 신을 넘기는 게 쉽지 않아요. 그 지점까지 가는 브리지가 중요한데, ‘농구 좋아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비트는 부분이 통쾌할 수 있는 거죠. 접합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너무 업자처럼 얘기하네요(웃음).”

‘나의 완벽한 비서’ 강지윤(한지민), 유은호(이준혁) 스틸. 스튜디오S, 이오콘텐츠그룹 제공
‘나의 완벽한 비서’ 유은호(이준혁), 유별(기소유) 스틸. 스튜디오S, 이오콘텐츠그룹 제공


이러한 측면에서 유은호에게 액션을 주는 강지윤으로 분한 한지민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다. 이준혁은 “(한)지민 씨는 엄청난 프로”라며 “완벽하게 연기하고 현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서 멋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부녀 호흡을 맞춘 딸 유별 역의 기소유도 치켜세웠다. “아이와 연기하는 게 두렵기도 했어요. 현장에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한 적이 없었거든요. 안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정말 놀라웠던 건 아역이 아니라 동료 배우와 대화하는 것처럼 현장의 고충을 길게 나누게 됐었다는 거예요. 참 감사하죠.”

올해로 41세인 이준혁은 미혼이다. 작품에서 이혼부터 육아까지 경험하면서 결혼관이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가정이라는 것이 요즘 너무 아름다워 보여요. 밥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이런 것들이 멋지게 주목됐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있으면 안정감이 들 것 같기도 하고요. 만약에 결혼한다면 부인을 정말 사랑하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이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면,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에 치이더라도 진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40대에 접어들었지만 갈수록 물오르는 미모에 대한 언급도 많다. 이에 그는 “노안 배우로 유명했다. 아직도 노안 배우 2위라고 했던 기사가 기억난다”며 웃었다. “어렸을 때 늘 40대를 연기해야 해서 어려웠어요. 그래도 노안이니까 일이 와서 감사했죠. 다만 당시 모든 남자 배우가 수염을 길렀는데 왜 저만 이슈가 됐는지 모르겠어요. ‘조강지처 클럽’도 수염이 있어서 캐스팅됐어요. 당시 수염은 제 자랑이었어요. 시대를 따라간 것뿐인데 유독 안 어울렸나 봐요.”

특출난 외모는 물론, 그간 필모그래피와 함께 착실히 쌓아온 대중의 믿음으로 결실을 보고 있는 때다. 시청률 5.2%(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로 시작한 ‘나의 완벽한 비서’는 최고 11.8%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로서 유의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대로 성실히 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작품의 성공은 예측할 수 없지만, 좋은 동료는 될 수 있어요. 기본을 잘 지키고 사람들과 잘 합의해 나가는 게 1차 목표예요. 그래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어요. 대기만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를 롤모델로 삼진 않더라도 누군가는 저를 보고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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