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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식품기업들이 ‘바다의 반도체’로 불리는 김을 육상에서 양식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김 소비량이 증가하며 수출 효자종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9억97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8% 증가한 수치이자 사상 최대 규모다. 수출액은 지난 2023년부터 2년 연속 1조원을 넘겼다.
다만 수온 상승 등으로 30~50년 후 해상 김 양식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최근 CJ제일제당·풀무원·동원F&B 등 식품사들은 김의 육상 약식을 위한 협력을 늘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전라도와 협약을 체결해 상용화까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전날 전라남도·해남군과 ‘김 종자생산 및 육상양식 공모사업 선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라남도는 전국 김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 중 국내 대표 김 생산지인 해남군과 협력한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과 전라남도·해남군은 이번 협약으로 컨소시엄을 구축한다. 컨소시엄은 향후 △김 종자 개발 및 양식 실용화를 위한 공동연구 △김 상품화를 위한 고품질 김 종자 상호연구 △국책과제 공동연구로 생산된 원초 및 상용 제품의 수매, 유통 및 판매 촉진 협력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추후 인천대·제주대 등 학계와도 혁신 기술 개발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3조원대 매출을 올린 풀무원도 14일 새만금개발청,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등 11곳과 ‘새만금 글로벌 김 육상 양식 사업 성공을 위한 민·관·학 상생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풀무원을 포함한 참여 기관들은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 및 확산, 연구 기반 조성, 지역 어업인 지원 등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풀무원은 현재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에 2800여평 규모의 ‘육상 김 R&D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육상 김 양식 기술도 매뉴얼화한다. 또 오는 2028년부터 2035년까지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 인근에 추가 부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 어업인들에게 육상 김 양식 기술을 확산하고 상용화를 지원하는 리빙랩 구축과 사업 부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동원F&B는 제주도와 협력할 예정이다.
동원F&B는 지난달 제주도와 제주 수산물 및 가공식품 생산·유통·판매 MOU를, 지난해 10월에는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김·해조류 스마트 육상 양식의 기술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제주도의 용암해수로 김 스마트 육상양식 기술개발을 본격화한다는 설명이다.
동원F&B에 따르면 제주도 용암해수는 지하 150m 현무암 위주의 화산암반층에 의해 오랜 시간 여과돼 마그네슘, 칼슘, 바나듐 등 광물 성분이 풍부한 ‘염(鹽)지하수’다. 동원F&B는 향후 제주도 용암해수의 장점을 살려 김을 비롯한 해조류의 스마트 육상 양식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 나아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자체와 협력해 중장기적으로 김 산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산 김은 미국·중국·일본·태국 등에 수출되고 있으며 건강하다는 인식이 있어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해외 입맛에 맞는 조미김, 김 스낵 등 다방면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김 육상 양식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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