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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대 재산증식이 탁월한 재테크 역량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장 전 대표는 현재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내 임상을 하는 과정에서 2상 시험 주평가지표의 유효성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장 전 대표는 2021년 4월 임상 실패 공개 전 지주회사인 송암사가 보유한 신풍제약 지분 20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도)로 매도했다.
증선위는 이 블록딜로 오너일가가 1562억원의 매매차익을 얻고, 369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피했다고 보고 있다. 송암사는 장 전 대표(72.3%)와 장 전 대표의 어머니, 친인척 등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악재 정보 공개를 앞두고 주가 폭락 전 지분을 재빨리 팔아치운 기업 경영인의 모습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재차 확인하게 해 씁쓸하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2021~2023년 적발·조치한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은 56건(혐의자 170명)에 달했다. 특히 감사의견, 결산실적 등 중요 결산 정보가 생성되는 결산 시기 적발된 19건(57명) 중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사건만 15건(49명)이다. 절반 이상 주된 혐의자는 대주주·임원 등 내부자였다.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법 사안이다. 시장 참여자 간 정보 비대칭을 심화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해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시장 진입을 꺼리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 감소와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 저평가 현상)’에 발목 잡혀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이러한 현상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거래한 자에 형사처벌 이외에도 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지난해 제도를 강화한 이유도 여기 있다.
경영진과 같은 내부자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이들의 지분 매입은 회사를 믿고 투자해도 된다는 신뢰와 주주가치 제고, 경영진의 책임 경영 의지로 해석된다. 반대로 지분 매각은 보통 부정적인 시그널로 인식돼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 역시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엄중 처벌 약속은 혀끝에서만 머무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