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키우고 중국이 돈 번다…북한산 약초의 기이한 유통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북한이 키우고 중국이 돈 번다…북한산 약초의 기이한 유통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기사승인 2025-02-20 14:25:06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당과 상점, 고급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돈을 굴리는 돈주(錢主)는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형태의 뇌물 구조가 뿌리내렸다.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 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살벌한 독재 체제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10년간 조사를 해왔다. 탈북자 100여명을 상대로 장기간 심층면접을 하고,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평양의 시장경제 작동 시스템을 분석했다.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의 통계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사한 북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공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새롭게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재한다.


북한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약초를 생산한다. 이는 주민들의 생계유지와 외화벌이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개성 고려인삼, 백두산 불로초, 장군풀 등은 그 효능과 희귀성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건강식품 및 한약재 시장에서 큰 수요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약초의 유통은 공식 무역보다는 밀무역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1. 북한 약초의 주요 품목

북한에서 생산되는 약초는 다양하다. 약초는 효능과 희귀성, 경제적 가치에 등에 따라 나뉜다. 특히, 북한의 자연환경이 약초 재배와 채취에 적합한 조건이기 때문에 일부 약초는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약초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개성 고려인삼

고려인삼은 개성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고품질 인삼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약초이다.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 항암 효과, 혈당 조절, 노화 방지의 효능이 있다. 인삼은 생약으로 사용되거나 가공품(인삼차, 인삼술, 인삼정)으로 만들어진다.

북한 내에서는 보약으로 널리 사용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수출 품목으로도 중요하다. 개성 고려인삼은 재배 기술과 품질 관리가 뛰어나 국제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 백두산 불로초

백두산 불로초는 백두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희귀 약초로, ‘장수 버섯’으로도 불린다. 간 기능 개선, 저혈압 치료, 신경 안정 효과, 항산화 작용에 효능이 있다. 주로 차나 환약 형태로 가공하며, 건강 보조제로 활용된다.

희귀성과 효능 때문에 국내 고위층이나 외국 구매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백두산의 청정 환경에서만 자생해 고급 약재로 분류되는 약초이다.

● 장군풀 (대황)

장군풀(대황)은 개마고원 일대에서 자생하는 약초로, 북한 특산물 중 하나이다. 소화제 및 건위제로 사용된다. 변비 해소와 체내 독소 제거에 효과적이다. 보약의 원료이기도 하며, 고려약 제조에 필수적인 재료로 꼽힌다.

북한 국내 및 해외에서 수요가 높아 북한의 주요 수출 약초 중 하나다. ‘장군풀’이라는 이름은 강력한 약효를 상징한다고 한다.

●  금강산 백도라지

금강산 백도라지는 금강산 지역에서 자생한다. 뿌리가 굵고 약효가 뛰어난 도라지 품종이다. 기침과 가래 해소, 폐 건강 개선, 원기 회복에 효과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생약으로 사용되거나 차와 시럽 형태로 가공된다.

북한 내 소비는 물론 중국과 한국에서도 건강 보조제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금강산 지역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  단너삼 (황기)

던너삼(황기)은 산간 지역에서 자생하며 인삼 대체제로 널리 사용된다.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 이뇨 작용, 혈압 조절 효과가 있다. 탕약이나 환약 형태로 가공되며 보약의 기본 재료로 많이 쓰인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북한 내에서 널리 소비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도 꾸준히 수요가 있다. 인삼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효능이 뛰어나 인기를 얻고 있다.

● 오미자

오미자는 백두산과 개마고원 일대에서 자생하는 붉은 열매를 가진 약초다. 간 기능 개선, 피로 해소, 항산화 효과, 피부 건강 개선에 탁월하다. 오미자차나 오미자청으로 만들어져 음료 및 건강식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도 오미자는 건강 음료 원료로 인기가 많아 수출 비중이 높으며, 다섯 가지 맛(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을 가진 독특한 약재로 알려져 있다.

● 자작나무혹버섯

자작나무혹버섯은 백두산 지역의 자작나무에서 채취되는 희귀 버섯이다. 강력한 항암 효과와 면역력 증진 효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나 추출물 형태로 가공되어 건강 보조제로 사용된다. 국제적으로 항암제 연구와 건강식품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만 채취 가능하며 대량 생산이 어려워 고가에 거래된다.

● 구기자

구기자는 양강도와 함경도 지역에서 재배되며 붉은 열매를 맺는 약초다. 혈당 조절, 시력 보호,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차나 한약재로 활용되며 건강식품 원료로도 쓰인다. 중국에서는 ‘고지베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건강식품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 북한에서 개발한 대표적인 고려약 제품


북한은 의약품 금당-2 주사약과 혈궁불로정을 개발했다. 이 의약품을 ‘혁신적’이고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홍보한다. 북한은 이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외화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약품들의 효능과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과장된 홍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 금당-2 주사약

금당-2 주사약은 북한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홍보되고 있다. 주요 효능으로는 간염, 간경변 등 간 기능 개선, 위장 질환은 위염, 소화불량 등 위장 문제 완화, 관절의 염증 및 통증 감소, 세포 재생 촉진 및 면역력 강화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매체는 금당-2는 개성 인삼 추출물과 금, 백금을 나노공법으로 제조하여 약효를 극대화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금과 백금이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한다. 

금당-2는 북한 내에서도 고가의 약품이다. 일반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가격대이며 주로 외화벌이용으로 수출되거나 고위층이나 외국인에게 판매된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는 한 병당 수십 달러 상당의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소문이 있다. 해외에서는 북한산 약품을 구매하려는 특정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고 전해지고 있다.


● 혈궁불로정

혈궁불로정은 혈전 용해제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순환기 질환 치료에 탁월하다고 주장한다. 혈전을 용해하고 혈액 점도를 낮추고,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예방 및 치료로 사용된다. 지방질 분해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준다고도 한다.

또한 항노화 및 면역 강화로서 혈액 순환 개선을 통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개선해 줌으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혈궁불로정은 특히 북한의 천연 약재를 기반으로 제조되었다고 하며, 부작용이 없고 장기 복용 시에도 안전하다고 한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혈궁불로정은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 약품이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격 정보는 명확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부 시장을 겨냥해 고가로 판매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에서도 혈궁불로정은 일반 주민들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약품 중 하나라고 한다.

3. 북한 약초의 밀무역 유통 구조

북한과 중국 간 약초 밀수는 북한의 경제난과 중국의 수요가 결합되어 이루어지는 불법 거래다. 북한은 약초와 같은 자원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북한산 약초를 한약재나 건강식품의 재료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밀수는 주로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 단둥-신의주 루트

단둥(丹东)은 중국 랴오닝성에 위치한 도시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다. 이 루트는 북한과 중국 간 교역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인 무역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밀수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단둥과 신의주는 압록강 철교(조중우의교)로 연결되어 있어 차량이나 도보를 통해 밀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 화물 차량에 약초를 숨겨 운반하거나, 개인 브로커들이 소규모로 약초를 들여오는 방식이 사용된다. 또한 압록강을 이용한 소형 선박이나 뗏목을 통해 약초를 운반한다. 이 방식은 강폭이 좁은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며, 야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단둥-신의주 루트는 북한 당국과 연계된 대규모 밀수 네트워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루트를 통해 약초뿐만 아니라 기타 제재 품목(석탄, 해산물 등)도 밀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 혜산-장백 루트

양강도 혜산과 중국 지린성 장백현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산악 지대와 강변이 혼재되어 있어 감시가 비교적 느슨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혜산은 북한 내에서도 약초 산지와 가까운 지역으로, 채취된 약초가 이곳을 거쳐 중국(장백산 약초 도매 시장)으로 밀반출된다.

겨울철에는 강이 얼어붙어 도보로 강을 건너는 방식이 사용되며, 여름철에는 소형 고무보트나 뗏목을 이용해 강을 건넌다고 한다. 주민들이 직접 약초를 채취해 소규모로 밀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중국 측 브로커와 협력하거나 중간 상인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혜산-장백 루트는 개인 밀수가 빈번하다.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해 야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 보위성과 군부가 밀수에 개입하면서 주민들의 독자적인 활동이 어려워지고 있다.

● 무산-훈춘 루트

함경북도 무산과 중국 지린성 훈춘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지역이다. 무산은 북한 내 주요 광물 자원 산지 중 하나다. 훈춘은 중국 동북 지역의 물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 이 루트를 통한 교역과 밀수가 활발하다.

두만강 하류는 강폭이 좁고 물살이 비교적 잔잔해 밀수에 유리한 지형이다. 소형 보트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강을 건너는 방식이 사용되며, 철도 및 도로 활용으로는 무산에서 훈춘으로 연결되는 철도와 도로는 공식적인 교역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물품 이동에도 사용된다.

루트는 약초뿐만 아니라 광물 자원(특히 철광석)과 같은 고부가가치 품목의 밀수에도 활용된다. 최근에는 훈춘과 라진항 간 도로 보수 공사가 진행되면서 물류 이동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밀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4. 독자적인 약초 산업 육성이 필요

북한은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품질과 효능이 뛰어난 약초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개성 고려인삼과 백두산 불로초는 희귀성과 효능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장군풀이나 금강산 백도라지 등은 고려약 제조와 민간요법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약초들은 북한 주민들의 생계유지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외화벌이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북한 약초의 뛰어난 효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해, 대부분 도매상을 거쳐 중국으로 밀수출된다. 단둥-신의주, 혜산-장백, 무산-훈춘 루트와 같은 밀무역 경로를 통해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중국에서 가공 과정을 거쳐 건강식품 등으로 재탄생, 북한으로 비싼 가격에 역수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 약초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약초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과 기반 산업의 발전이 필수다. 근본적으로는 시장경제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북한은 고품질 약초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있는 산업을 구축하고,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곽인옥 교수
inokkwak@hanmail.net
곽인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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