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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최종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5일 최후 변론을 진행하며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10차 변론’을 끝으로 증인 조사는 마무리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전날(20일) 10차 변론을 마치면서 “다음 기일은 2월25일 오후 2시”라며 “양측 대리인의 종합 변론과 당사자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겠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하고 평의와 선고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다.
20일 10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증인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오는 25일에는 남은 증거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국회와 윤 대통령 측에 각각 2시간씩 최종 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최종 결정 선고는 다음달 중순 정도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는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에서 신청한 증인 3인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증인으로 나섰다.
다만 이날 출석해 증언대에 선 증인들 모두 윤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는 증언을 내놓아 주목됐다. 윤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본인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큰데 실제로는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한 총리는 12·3 비상계엄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가 법과 규정대로 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그는 ‘계엄법 2조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런 절차 거친 사실이 없느냐’는 국회 측의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국무회의 모임은 심의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지 않겠느냐’는 국회 측의 추가 질의에도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달랐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이같은 증언은 12·3 비상계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총리의 증언이 12·3 비상계엄 선포가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판단될 경우 탄핵 인용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증인으로 홍 전 차장은 체포 메모 실물을 공개하며 '체포조' 명단이 존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역시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다.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 증인신문에 나섰던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측의 요구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돼 다시 증언대에 섰다.
홍 전 차장은 “문서나 메모는 중요도와 필요에서 만드는데,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기간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했나 궁금증이 있었다”며 “당장은 모르겠지만 명단에 관심을 가져야겠단 생각을 했다. 이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만들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집요하게 공격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지난 13일 8차 변론에서 폐쇄회로(CC)TV 확인해보니 홍 전 차장이 메모했다고 밝힌 장소가 공관이 아닌 국정원 사무실이었다고 증언한 이후 증언이 계속 바뀐다고 지적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에 (메모의)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가 위치 확인 지원이나 정치적 활용 목적으로, 또는 민주당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12월11일이면 벌써 정보위원장 면담을 통해 관련된 사항이 다 나온 부분“이라며 그런 목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은 대부분의 진술을 거부했다. 진행 중인 자신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검찰에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고, 계엄 전후로 “총 8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측은 조 청장이 혈액암 투병 중인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가 수사기관에 한 진술 등에 대한 신빙성을 낮추려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에 진술할 때 계엄 당시 사실을 명확히 기억해 진술했느냐”고 물었고, 이에 조 청장은 “경찰에서 구속영장 발부되고 난 후 갑자기 폐렴 증상이 와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섬망 증상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다소 늦은 오후 3시부터 진행됐다. 윤 대통령 측은 10차 변론에 앞서 형사 재판 출석을 이유로 기일 변경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변론 개시 시각을 1시간 늦춘 오후 3시에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