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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겨우 살 만해지나 싶었습니다. 나라 전체가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워지면서 장사도 어려워졌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 지하상가에서 35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A씨는 요즘 지하상가가 ‘전멸 상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집회 현장 인근 지하도 상권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찾은 명동 지하상가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폐점’이라고 적힌 종이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불이 꺼져 있는 곳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상인들은 “느닷없이 발생한 12.3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은 간신히 살아나기 시작한 상권을 다시 얼어붙게 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집회가 열릴 때마다 인파와 소음, 거리 통제 등으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명동 지하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59·남)씨 “정치적으로 나라가 시끄러우면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명동 방문객이 전년 대비 체감했을 때 60%도 안 되는 것 같다. 유럽과 미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한국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26일 주한중국대사관은 대규모 집회에서 혐중 시위의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집회가 열리는 곳 인근에 머물거나 방문을 피할 것을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 국민과 중국 관광객들에게 거듭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관광객 감소는 상권 매출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사단법인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는 지난 5일 서울시의회에 탄원서를 보내면서 ‘매출 급감’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연합회는 탄원서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12.3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은 간신히 살아나기 시작한 상권을 다시 얼어붙게 하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 시내 많은 지하도상가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집회와 시위로 인해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매출이 급락하면서 점포 반납이 잇따르고, 휴·폐업 매장이 증가해 지하상가는 사실상 폐허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의 한숨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들 연합회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다. 고영준 서울시 도로시설과장은 “임대료 감면이 가능한 경우는 법에 정확히 명시가 돼 있다”며 “코로나19도 당초 재난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행정안전부에서 장기화되자 법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