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이 초래할 잠재적 위협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이 초래할 잠재적 위협

기사승인 2025-02-28 17:41:27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의 동맹국들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목할 만한 외교안보 분야 정책의 변화 중 하나는 유럽과의 관계 변화이다. 트럼프 신행정부에서는 과거 이러한 변화들이 더욱 강화되고 있어 유럽연합(EU) 및 나토(NATO) 회원국들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제61차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J.D. 밴스(Vance) 미국 부통령은 미국과 유럽 관계에 있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는 미국과 유럽 간 동시다발전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격랑으로부터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첫째, 유럽 내 ’K-방산‘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에 앞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역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집단적 움직임을 이미 강화시키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나토 회원국들은 1~2년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폴란드의 방위력 개선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폴란드가 한국 등 비유럽 국가로부터 대규모의 무기를 구입하는것에 대해 불만까지 표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4년 3월 유럽 방위산업의 육성 및 재건과 함께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역사상 최초로 ‘유럽방위산업전략(European Defence Industrial Strategy)’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골자는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무기거래 비중과 무기구매 예산의 역내 지출 비중을 높이고, 신규 무기획득의 경우 회원국 간 공동 개발 및 구매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같은 비회원국 입장에서는 방산수출에 대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인식될 수 있다.

둘째, 급속히 증진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은 한반도 안보환경에 있어 새로운 변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2022년 후반 포탄 지원으로 시작된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은 1만여명의 병력 파병으로까지 확대되었고 북한과 러시아 간 새로운 군사적 및 비군사적 협력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종전 이후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가운데, 러시아가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병력 및 전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국경 지역 보호를 위해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동북아시아 지역 뿐만 아니라 동유럽 지역에서도 새로운 안보 변수로 변모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드론 등 첨단 무기체계가 적용된 현대전에 대한 실전 경험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러시아의 군사적 및 비군사적 지원으로 무기 현대화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특히 유엔 제재를 회피하는데 있어 중국 보다 단호한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하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으로 유럽 지역내 안보 부담을 대폭 줄이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미국의 전통적 안보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두 개 이상의 지역에서 동시에 참전(參戰)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군사력으로는 이 같은 전략을 지탱하기 어렵고 가장 심각한 위협요소로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해상력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성공적으로 해군력 증강 및 현대화를 추진한 결과 현재 운영중인 함정 규모에 있어서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 해군이 2027년에는 미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화력 능력까지 능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미국이 항공모함, 잠수함, 구축함 운영에 있어서 전략적 우세를 앞세우고 있지만, 중국의 현대화된 선박 건조 능력과 효율적인 생산력을 기반으로 함정의 수적 우위가 미국과 더 큰 격차를 벌이면 해상 안보에 있어 미국의 전략적 우위가 붕괴될 수도 있다. 중국 해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보다 단호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역내 해양 안보의 취약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내 동맹국들에게 보다 확장된 역할과 책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넷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기 행정부 시절의 교훈을 학습하여 중국의 자원무기화에 더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고, 미중간 자원경쟁의 격화는 국내 공급망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조치에 대한 논의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이 시급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중(對中) 10% 추가 관세 조치를 발표했고, 중국은 보복 관세 조치 뿐만 아니라 주요 광물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주요 광물 자원의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우리의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시키는 것은 경제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외교안보 차원의 문제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한층 더 중요해진 가운데, 과거 경제분야와 안보분야의 선순환적 상호의존도는 점차 붕괴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과 연계된 위와 같은 불확실성에 보다 확실한 전략적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과거처럼 주고 받기식이 아니라 위협과 협력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미일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압박이 여과없이 노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한미간 조선 협력의 가능성을 지렛대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다른 협력 대상국을 고려할 수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미국내 조선업계는 미국이 필요한 군함과 상선 건조를 해외로 아웃소싱하는 것이 미국의 주권을 아웃소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했다. 자국중심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의 공세적인 보호무역조치를 대응하는데 있어 조선 협력을 전략적 협상 카드로 제시하는 것이 자칫 새로운 협력의 기회 마저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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