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참사가 드러낸 안전 공백에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숙련된 정비사를 내보내고 무리한 운영을 이어온 제주항공과 국내 항공사들이 대규모 정비 인력 채용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올해 340여명의 정비 인력을 충원하고 안전 투자도 확대한다. 대한항공에서도 추가로 60여명 충원 계획을 밝히면서 400명이 넘는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여객기 사고 이후 정비 인력을 올해 중 41명 늘려 350명으로 확대하고, 항공기 가동시간을 일평균 14시간에서 12시간 48분으로 감축해 정비 시간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의 대규모 정비 인력 채용은 제주항공 참사 이후 인력 부족 실태가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숙련된 정비사들이 대거 떠나면서 정비사 부족과 과도한 업무 환경이 지속되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정비사 기준 2주 단위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운용해 왔다.
항공 정비업계 관계자는 참사 이후 정비인력을 늘리더라도 숙련된 정비사가 되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관계자는 “제주항공을 포함해 국내 LCC는 코로나19 직전 항공 정비 인력을 촉탁제로 모집했다. 코로나19 동안 해당 인원을 내보내면서 근무 환경이 열악해진 것”이라며 “항공기 정비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아야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숙련된 정비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에어의 경우 내부에서 합의를 거쳐 2주 단위에서 3주 단위 탄력근무제로 보완이 됐다”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근무 형태를 합리적으로 구축해야 하는데 대부분 LCC는 회사가 공지하고 개별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 노동조합연맹(조종사 연맹) 관계자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주무 부서인 국토부 내에서 항공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항공직 공무원들이 주요 정책을 맡으면서 항공 안전 및 국제 표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되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은 항공 주무부서인 국토부 내 전문가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책 결정 및 실행 과정에서 전문성 결여로 이어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토부 내 항공 조직이 가장 크다. 하지만 국토부 내 고위 관리직 중 항공 직렬은 1.4%뿐”이라며 “정책관 3명 중 1명만 관제사 출신이고, 고위 관리직 20여명 중 항공 직렬은 5명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참사 이후 항공 안전 체계 쇄신을 위한 업계의 대응책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반복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우리의 시간은 사고 당일에 멈춰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없는 싸움을 할 것”이라면서도 “참사 이후 사고 원인으로 여러 문제들이 조명되고 있지만,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슈화 되는 것들이 진실을 가릴까 우려된다”고 했다.
또 박 대표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사고조사위원회가 유족들에게 먼저 보고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언론 발표를 통해 결과를 들으면 더 상실감이 클 것 같다”며 “향후 발표 내용의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시 입장문 별도 발표도 고려하고 있다. 이제부터 기다림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항공 측은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심리 치료와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가족 보상과 관련해서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