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주식거래’ 대체거래소…“투자자 편의성 늘고, 증권사 수익 확대”

‘12시간 주식거래’ 대체거래소…“투자자 편의성 늘고, 증권사 수익 확대”

넥스트레이드 4일 공식 출범, “투자자에게 더 좋은 투자 환경과 기회 제공”
김병환 금융위원장 “거래 인프라·밸류업 측면에서 큰 의미 있어”
3월말 800개 종목 거래…증권사 수익성 ‘청신호’

기사승인 2025-03-04 14:41:11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창희 기자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정식 출범하면서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가 복수 경쟁 시장으로 전환됐다. 하루 12시간 동안 거래가 가능해진 만큼 투자자 편의성이 늘고, 증권사 수익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넥스트레이드는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개장식을 개최하고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시장 운영을 시작했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자본시장에는 60년 넘게 1개의 거래소만 있었으나, 이제 2개의 거래플랫폼으로 바뀐다”며 “복수시장에서의 주문, 거래체결, 청산·결제, 시장감시 등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에게 더 좋은 투자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이고 신속한 거래체결을 지원하겠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 밸류업과 지속적인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간 한국거래소는 자체적으로 세계 유수의 거래소로 성장했으나, 경쟁이 없어 변화 유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해외에서의 복수 시장 체제 운영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 설립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다양한 규제 요인과 자본시장 거래 요건 부족으로 대체거래소 설립은 불발됐었다. 이후 금융당국의 ATS 점유율 한도 확대 규제완화 도입 이후 증권회사를 중심으로 대체거래소 설립위원회 설립에 이어 지난 2022년 11월 넥스트레이드가 설립됐다. 넥스트레이드는 법인 설립 이후 2년 4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취득해 제도 도입 이후 12년 만에 국내 복수 주식 거래시장 시대를 열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개장식 축사를 통해 “넥스트레이드 출범은 주식시장 거래 인프라 측면에서, 밸류업으로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 접근성 제고, 유동성 개선 등을 통한 증시 저변의 확대와 함께 투자자들의 다양한 편익을 누릴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넥스트레이드, 매주 거래종목 순차적 확대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권 가운데 유동성이 높은 종목 중심으로 매매체결 종목을 선정한다. 이날부터 오는 16일까지 2주간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에서 동시에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 LG유플러스, 에쓰오일,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10개로 한정됐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 종목을 매주 순차적으로 확대해 5주차가 도래한 시점에는 8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대표 종목들을 살펴보면 3주차인 오는 3월17일부터는 대상, 농심, 롯데정밀화학, 녹십자, 강원랜드 등 110개 종목이 거래된다. 4주차인 3월24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고려아연, 기업은행, 기아 등 350종목으로 증가한다. 마지막 4주차의 경우 광동제약, 교촌에프엔비, 경동나비엔 등 800종목(코스피 380종목, 코스닥 420종목)으로 늘어난다. 3분기 매매체결대상 종목은 오는 6월말에 안내될 예정이다.

4일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에 참석한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 모습. (왼쪽부터)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국회 정무위원회 윤한홍 위원장,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김병환 금융위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 윤창현 코스콤 대표. 넥스트레이드 제공

넥스트레이드 시장은 정규시장(메인마켓, 프리마켓, 애프터마켓), 대량·바스켓시장, 종가매매시장으로 구성된다. 한국거래소의 현행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30분·메인마켓)에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30분~8시)이 추가된 형태로 하루 12시간 거래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저녁 시간에 전해지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대응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새로운 호가 방식의 추가로 투자 전략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추가되는 호가는 중간가 호가와 스톱지정가 호가다. 중간가 호가는 통합시세(NXT+KRX)의 중간 가격으로 호가를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다. 주문 시 가장 싼 매도가격인 최우선 매도호가(NBO)와 가장 비싼 매수가격인 최우선 매수호가(NBB)의 평균 가격으로 호가가 자동 계산돼 결정되는 방식이다. 

스톱지정가 호가는 투자자가 정한 가격인 스톱가격에 도달될 시 사전에 지정한 가격으로 호가가 제출된다. 통상 기관투자자가 로스컷 대응을 위해 활용하는 호가 방식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새로운 호가 도입은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며 “보다 나은 가격의 거래와 선택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투자자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증권사 수익성 증가 기여…거래대상 확대는 ‘과제’

증권가에서는 복수 거래시장 체제 출범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수익성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넥스트레이드의 낮은 수수료와 빠른 체결속도는 고빈도매매자에게 중요하다. 따라서 경쟁매매가 집중되는 애프터마켓에서 체결 시간을 장악하는 증권사가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한국거래소 거래량의 15%로 가정 시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증권사가 연간 수취하는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은 최대 1조7000억원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거래대상을 늘려야 유의미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단 진단도 제기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전체 거래대금에서 약 16.6%를 차지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은 아직 포함되지 않아 초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ETF와 ETN의 거래에 대한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3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시행규칙과 금융투자업규정, 증권의 발행 및 공시(증발공) 등에 관한 규정안 입법 예고를 통해 대체거래소에서 ETF와 ETN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입법 예고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로 이후 법제처 심사와 증선위,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6월16일 시행할 계획이다. 시행령 개정과 인가 절차를 고려할 때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쯤 ETF와 ETN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강 연구원은 “ETF나 ETN까지 거래대상상품을 확대한다면 유동성 증가 효과는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또 장기적으로 유동성 증가는 증권사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 모멘텀으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연계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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