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장이 종료된 4일 오후 3시37분. 한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동국제약’을 검색했다. 이날 정규장에서 1만5540원으로 상승 마감했던 주가는 1만5590원까지 뛰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 넥스트레이드(NTX) 출범과 함께 문을 연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 애프터마켓(오후 3시30분~8시)에서도 거래가 가능해지면서다.
대체거래소(ATS)인 NTX 출범으로 60년 이상 이어진 한국거래소(KRX) 독점체제가 깨지고 복수거래소 시대가 열렸다. 주식 거래는 KRX와 NXT에서 할 수 있게 됐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할 수 있게 됐다.
NXT 거래, 무엇이 다른가
기자가 4일 NTX 개장일에 맞춰 애프터마켓에 맞춰 MTS를 열자 ‘대체거래소 출범’을 알리는 팝업이 떴다. ‘동국제약’을 검색하자 ‘NXT 가능’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이날부터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스트리, LG유플러스, S-Oil,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10개 종목은 KRX와 NXT에서 동시에 거래됐다.
현재가 창 아래에는 SOR(자동 주문), KRX(한국거래소), NXT(넥스트레이드)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SOR은 시스템이 더 유리한 거래소를 판별해 주문하는 식이다. KRX 또는 NXT를 선택해 지정한 거래소만 거래할 수도 있었다.
NXT를 선택하자 기존과는 조금 다른 호가 방식이 등장했다. 최유리지정가, 최우선지정가 등 기존 호가 방식 외에도 ‘중간가’ ‘스톱지정가’가 추가돼 있었다.
중간가호가는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값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주문 방식이다. 예컨대 가령 매수호가가 8680원이고 매도호가가 8700원이라면 중간값인 8690원에 주문이 들어간다. 매수자는 기존 최우선 매도 호가보다 싼 가격에 매수 주문을 내고, 매도자는 최우선 매수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게 된다.
스톱지정가호가는 현재가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미리 설정한 가격으로 자동 주문하는 방식이다. 매수 시 스톱 가격은 주문 가격 이하로만 지정된다. 가령 현재 주가가 2만원인 주식에 스톱가 2만1000원, 지정가 2만1500원을 세팅하면 시장가 2만1000원이 됐을 때 지정가로 매수 주문을 넣을 수 있다. 하락장에서 손절매, 상승장에서 분할매수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

직접 해보니…달라졌지만, 익숙한 거래 방식
오후 3시40분 동국제약 1주를 시장가로 매수 주문을 넣었다. 대체로 KRX에서 시장가 주문을 넣으면 곧바로 체결되는 것과 달리 체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거래량이 KRX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몇 분 뒤, 1만5610원에 매수가 체결됐다. 체결 내용을 확인하니 지정·전송거래소는 NXT로 분류돼 있었다. 다만 일부 종목은 변동성이 커 장 마감까지 수시로 흐름을 살펴야 했다.
다음 날 5일 정규장에서는 첫 SOR 주문을 내봤다. MTS는 자동으로 가격을 비교해 KRX가 아닌 NXT 거래를 체결했다. KRX와 NXT 호가 차이가 거의 없는 데다 변동도 빨라 가격을 비교해 거래소를 선택하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간가, 스톱지정가로 호가 방식이 늘어나 전보다 세밀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는 중간가와 스톱지정가 선택이 불가능하다. 애프터마켓에서 스톱지정가를 선택하고 수량과 스톱가, 호가를 입력하자 “주문 가능한 매매 유형이 아닙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뜨며 주문 접수가 되지 않았다.

출·퇴근시간 거래 편리한데…10개 종목 제한 아쉬워
MTS·HTS 창이 달라지고 새로운 호가 방식이 적용돼 조금 복잡해진 느낌이었지만 주식 주문 방식이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대체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A(29)씨는 “근무 시간에 MTS를 확인할 여유가 없어 국내 증시를 외면한 부분도 있다”며 “퇴근 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고 획기적으로 변한 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함모(30)씨도 “기존 MTS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편하고 수수료도 KRX보다 저렴하다는 점은 좋아진 점”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반응도 나왔다. 함씨는 “체결까지 (KRX 대비) 더디다. (거래 액수나 횟수가 많지 않아) 수수료가 저렴한 부분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9)씨는 “아직 10개 종목 밖에 프리마켓·애프터마켓에서 거래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며 “정규시장에 비해 프리마켓·애프터마켓은 변동성이 커 계속 장 흐름을 보고 있어야 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체거래소 초기 단계로, 거래 가능한 종목이 10개로 제한돼 있다. 다만 종목이 계속 확대돼 4월에는 800개 종목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