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을 승진에서 배제하는 금융사의 ‘유리천장’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금융사는 현행법이 규정하는 기준도 준수하지 않았다.
7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여성의 날(8일)을 맞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집계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은행 등 83개 중 26개사(31.3%)에는 여성 등기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하면 안 된다.
금융사 중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은행과 증권사였다. 국내 20개 시중은행 임원 150명 중 여성임원은 14명(9.3%)에 그쳤다. 27개 증권사에서는 임원 162명 중 16명(9.9%)이 여성이었다. 이 두 금융사는 여성임원이 없는 회사의 비율도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 9개사(45%)와 증권사 12개사(44.4%)로 절반에 가까웠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사, 카드사는 비교적 여성임원 비율이 높았으나 그마저 20%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8개 보험사의 57명 임원 가운데 여성은 10명(17.5%), 26개 생명보험사의 126명 임원 가운데 17명(13.5%), 8개 카드사의 58명 임원 중 7명(12.1%)에 그쳤다. 다만 손보사는 여성임원 없는 회사가 없었다. 생보사는 5개사(19.2%)에 여성임원이 없었다. 여성 임원 없는 카드사는 3개사(5.1%)였다.
구체적으로 △은행 6곳(부산‧전북‧광주‧수협‧산업‧케이뱅크) △카드사 2곳(현대‧우리) △생명보험사 7사(DB‧농협‧iM라이프‧하나‧IBK연금보험‧KDB‧흥국) △증권사 11개사(KB‧유안타‧교보‧신영‧IBK투자‧유진투자‧엘에스‧BNK투자‧DB금융투자‧iM‧골드만삭스)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등기임원이 모두 남성이었다.
오희정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자본시장법에서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 기준을 자산총액 1조원 이상으로 개정하고, 노르웨이,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성할당제 등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여성임원을 둘 의무가 있는 금융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인 롯데손보, MG손보, 흥국화재와 주권상장법인이 아닌 KB손해보험에도 여성등기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