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권을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사업권을 따낸 은행은 8년 동안 160만명에 달하는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방부는 다음달 중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를 선정한다. 최종 선발된 은행은 내년부터 8년간 사업권을 보장받는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판정검사 때 발급돼 군 복무, 예비군까지 병역 의무 기간 동안 급여통장·현금카드·병역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국군 장병들이 통상 10년 가까이 사용하는 만큼 안정적 수익원이다. 병역판정검사를 받는 남성은 한해 20만여명에 달한다. 3기 사업권을 거머쥐는 은행은 8년간 최대 160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얻게 된다.
자금운용 규모가 늘어나는 효과도 덤이다. 올해 이병 월급은 75만원, 병장은 150만원으로 올랐다. 2006년보다 1000~2000% 증가한 규모다. 은행 입장에선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해 3조 원이 넘는 장병 월급이 카드와 연동된 은행 계좌에 입금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오른 월급을 장병들이 늘어나면서 나라사랑카드를 통한 자금 유치 효과가 훨씬 커졌다”며 “이로 인해 입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업자인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은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은행은 2016년부터 2기 사업자로 선정돼 10년 동안 나라사랑카드를 운영해왔다. 기업은행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군 장병의 자산 관리, 복무 정보 등을 제공하는 비대면 서비스 ‘IBK군인라운지’를 신설했다.
국민은행도 사업권 수성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군마트(PX)와 대중교통 할인율을 최고 20% 적용하는 등 나라사랑카드 혜택을 강화했다. 전역 예정 장병을 위한 취업박람회, 장병소원성취프로젝트 등 사회공헌사업도 적극 지원 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나라사랑카드는 전역 후 취업할 때까지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완벽한 준비를 통해 사업권을 사수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나라사랑카드 1기 사업자인 신한은행은 사업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유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군과 관련한 다양한 금융 지원에 나섰다. 군 전용 대출 상품 ‘군인행복대출’ 및 1조원 규모의 ‘군 상생금융 패키지’ 등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기 사업에서 KB와 기업은행에 사업권을 빼앗겼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사업권을 따낼 계획”이라며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입찰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관 부서와 협력해 사업권 확보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이달 중 국방부 공고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다각도로 검토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전역 장교를 대상으로 한 ‘우리 히어로’ 부문을 신설하며 군 출신 인재 채용을 확대한 바 있다.
하나은행·NH농협은행은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업 참여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아직 검토 단계에 있으며, 별도의 TF는 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은행은 군 관련 금융 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어 향후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국가보훈부·기업은행·국민카드와 함께 청년 제대군인 전용 ‘히어로즈 카드’를 출시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9월 군인공제회와 협력해 퇴직급여 적립금 대출 상품을 선보이며, 군 장병 및 예비역 대상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카드 발급 시 추가 혜택과 군 맞춤형 상품을 강조하는 은행들이 입찰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에선 형평성을 고려해 총 3개 은행을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은행이 프레젠테이션(PT)를 통해 경쟁력을 증명하고, 최종 선발되는 구조”라며 “나라사랑카드는 군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중요한 카드인 만큼, 군인들의 금융적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제시하는 은행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