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으로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이른바 ‘신(新) 3김’이 적극적으로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는 당장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하기보다는,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이재명 대표와 경쟁할 수 있는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수 전 지사는 지난 3월 9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단식 2일차 10일 광화문에서 탄핵 농성을 함께하는 시민들과 밤을 보내고 “광화문의 봄은 탄핵과 함께 찾아올 것이다. 탄핵이 답이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최근 1인 시위에 나서며 윤 대통령 구속취소의 부당함과 탄핵 인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11일 수원 광교중앙역에서 ‘내란수괴 즉시 파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틀 연속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천막 농성이든 단식 농성이든 하고 싶지만, 경기도지사로서 현직에 있기 때문에 근무시간 전후로 1인 시위를 통해서 내란수괴 구속취소의 부당함과 조속한 탄핵의 인용을 주장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총리는 시민들이 주도하는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해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10일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야5당 장외집회에 참석해 “광장에서 국민의 열망을 확인한다”며 “짓밟힌 민주주의와 법치의 가치를 반드시 되살리겠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다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8~10일 실시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김경수 2.2%, 김동연 5.9%, 김부겸 5.7%에 머물렀다. 이재명 대표는 42.8%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지난 3~4일 실시한 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여야 전체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김동연 전 지사 1.2%, 김경수 전 지사 0.8%, 김부겸 전 총리 0.7%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이 대표 외에 야권 대권잠룡들이 설 자리가 부족해졌다고 봤다. 다만 3김 모두 당장 장외투쟁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기대한다기 보다 조기대선이 현실화 되었을 때 이 대표와 각을 세우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향후 야권 내 경선이 본격화될 때 ‘나도 정권교체를 위해 싸웠다’는 정치적 자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1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당원들은 이재명 대표 외에 다른 대안을 고민하고 있지 않다”며 “탄핵 정국에서는 민주당 원내가 똘똘 뭉쳐 대여공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원외에서 각각 장외투쟁을 하는 것으로는 당장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또다른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외에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12·3 계엄 때 무엇을 했느냐, 탄핵정국때 무엇을 했느냐를 물었을 경우 답을 못하는 후보들도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국민들과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장외투쟁에 나서서 결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면 그때 이재명과 각을 세울 수 있을텐데 그때는 윤 대통령 탄핵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 분들이 할 말이 있는 것”이라며 “현재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명분을 쌓고 있다. 당내 경선이 본격화될 때 일종의 명분을 쌓기 위해 나름대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