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퍼지는 우울증…“중증 치료 접근성 확대해야”

나날이 퍼지는 우울증…“중증 치료 접근성 확대해야”

우울증 환자, 2023년 109만명…젊은 세대 급증
신약 개발 잇따르지만 경증 환자 치료에 초점
비싼 치료비도 발목…“실질적 정부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25-03-23 06:00:06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우울증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중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87만명이던 우울증 환자 수는 2023년 109만명으로, 약 25% 증가했다. 특히 아동, 청소년, 청년층에서 환자가 급증했다. 0~9세의 경우 같은 기간 79.9% 늘었으며 10~19세, 30~39세는 각각 52%, 53.2% 불어났다. 명우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대인관계가 축소된 상황을 겪고 난 뒤 사회 적응을 못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안에서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불행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치료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신약의 효과가 주목 받고 있다. 벨기에 제약사 얀센의 치료 저항성 우울증 신약인 ‘스프라바토’의 경우 기존 주사제 등과 달리 비강에 뿌리는 방식을 썼으며, 24시간 안에 빠른 약효를 볼 수 있다. 또 미국 바이오벤처인 액솜 세러퓨틱스가 개발한 우울증 신약 ‘오벨리티’,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세이지 테라퓨틱스가 내놓은 산후우울증 약물 ‘주르주배’가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나 편의성을 높였다. 국내에서도 부광약품이 조현병 및 제1형 양극성 장애 우울증 치료제인 ‘라투다정’을 지난해 선보였고, 대웅제약은 경구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다만 치료제 활용은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다. 명 교수는 “새로운 약물은 가벼운 우울증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난치성 우울증은 치료와 진단이 모두 어려운 실정”이라고 짚었다. 이어 “난치성 우울증 신약이 나오더라도 해외에 비해 국내 도입이 매우 늦고, 급여 적용이 지연돼 환자의 접근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의료공백까지 이어져 대형병원의 경우 입원을 전담하던 전공의가 줄어 치료 문턱이 더 높아졌다. 명 교수는 “치료가 꼭 필요한데도 법률적 문제로 인해 병식이 없는 환자를 입원시키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면서 “중증 또는 난치성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신과 입원 병동 확대 등 국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가의 치료비도 병원으로 향하는 환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스프라바토는 한 번에 두 개의 흡입제를 사용하는데 비용이 70~80만원 든다. 치료 초기엔 4주 동안 주 2회 투여가 필요해 약 560~64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더불어 치료 효과를 더하기 위해 우울증 약과 같이 쓰는 경두개 자기장 자극기, 전기 경련 치료기, 전자약 등은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대한정신약물학회 관계자는 “경제 활동기에 있는 20, 30대 젊은 환자들의 우울증 극복을 돕는 치료 옵션이 나오고 있는 만큼 건강보험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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