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에 우울증 환자들 숨을라…정신과 의사들 “범죄 프레임 씌워선 안돼”

낙인에 우울증 환자들 숨을라…정신과 의사들 “범죄 프레임 씌워선 안돼”

기사승인 2025-02-13 06:00:09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12일 오전 학교 관계자가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학교 정문에는 시민들이 붙여놓은 쪽지와 꽃, 인형, 선물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교사가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번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과 범행 사이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자칫하면 우울증 환자들이 치료를 회피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전경찰청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교사 A씨는 8살 초등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과거 A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으로 작년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병가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A씨의 범행이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범행과 우울증을 연결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1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우울증과 범행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정신과 의사들의 중론”이라며 “가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불특정 대상을 공격한 가해자의 행동은 우울증의 특성으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 행위가 정신병리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아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우울증 유병률은 5~10%에 달할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우울증 자체가 범죄와 연결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심한 우울증이라도 다른 정신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태조사를 통해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들을 관리하고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신과 병력이 있다고 해서 직무에서 무조건 배제하기 보단 치료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교사가 문제가 됐으니, 교사 집단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는 자칫하면 제재를 가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며 “오히려 교사들이 정신적으로 힘들다면 상담을 받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실태조사를 한다면 반대로 정신질환을 숨기고 치료를 중단할 우려가 있다”며 “오히려 우울증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는 분들에게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 성실하게 치료를 받는 분들에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발표에 따르면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는 답변이 지난 2022년 39.4%에서 2024년 50.7%로 오르며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라는 답변도 같은 기간 64%에서 64.6%로 약간 많아졌다. 보고서에는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치료를 방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해진다면, 치료 회피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울증 환자들은 충동성·공격성이 있다’는 프레임이 씌워질까 우려된다”며 “주변의 시선 때문에 우울증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고 숨을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 교수도 “우울 증상이 있는 분들이 치료를 주저할까봐 염려스럽다”며 “정신질환은 충분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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