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홈플러스 부도 알았나…“알았다면 불공정거래”

카드사 홈플러스 부도 알았나…“알았다면 불공정거래”

기사승인 2025-03-13 16:37:45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피해자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 인정 요구'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희태 기자

홈플러스에 빌려준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롯데카드가 부도를 예상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드업계는 미리 알 길이 없었다며 반박했다. 전문가는 카드사가 채권 발행 요청을 한 시점에 부도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 불공정거래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13일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결정 3일 전인 지난달 25일 증권사의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약 820억원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전자단기사채(이하 전단채)란 자산을 담보로 전자 형태로 발행된 3개월 이내 단기 사채를 말한다. 앞서 홈플러스는 거래처 대금을 카드로 결제했다. 카드사가 홈플러스의 대금을 미리 대납한 것이다. 카드사는 홈플러스로부터 받을 채권을 유동화해 증권사에 넘겼다. 증권사는 이 채권으로 3개월 만기의 전단채를 발행하고 SPV를 통해 판매했다.

비대위는 롯데카드와 현대카드가 홈플러스의 부도를 예상하고도 전단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이미 지난해 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홈플러스 기업가치를 0원으로 판단하고 투자금을 상각처리하는 등 회수를 포기했다는 점을 들었다.

비대위는 “카드사와 홈플러스가 알면서 물품 구매를 위해 직접 전단채 등을 발행해 기업회생 개시 전 치밀하게 자금 모집계획을 사전에 모의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면서 “카드사는 전단채로 홈플러스 구매대금을 마련해 손실을 사전에 만회하고 전단채를 산 고객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가 제기한 의혹 뒤에는 MBK파트너스가 있다. MBK는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다. 이의환 전국사모펀드피해자 집행위원장은 “롯데카드 대주주이기도 한 MBK가 홈플러스 부실을 모르고 2월 25일에 전단채를 발행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카드업계는 카드대금채권을 증권사에 넘겼을 뿐, 전단채 발행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영증권이 증권사를 모집해 판매대행을 한 구조”라며 “구조상 카드사는 판매 증권사가 어디인지, 채권을 누구에게 판매할지 등 투자 방식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부도를 미리 알았다는 추측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SPV법인이 전단채 발행을 위해 받은 신용평가도 AAA(원리금 지급 확실성 최고수준)였다가 부도 후에야 AA-로 강등됐다”면서 “신용평가사도 3일 뒤에 등급이 내려갈 걸 모르는데 카드사가 미리 알았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카드사가 홈플러스에 내준 카드대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유동화에 나선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전단채에 대한 세부적인 구조는 증권사가 설계했더라도, 유동화를 요청한 건 분명히 카드사”라고 했다.

만약 카드사가 홈플러스의 부도를 예측하고 채권을 넘겼다면 카드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다. 윤 교수는 “(부도를 미리 알았다는) 증거가 있다면 불공정 거래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증거가 없다면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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