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알콜성 지방간은 과도한 식사량이나 운동부족 등으로 간세포에 지방이 쌓여 물러지면서 시작되며, 이후 콜라겐 같은 섬유질의 과다 생성으로 단단해지는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때문에 비알콜성 간질환 치료 신약개발은 초기 단계인 지방간 상태에서부터 치료약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간질환 신약 개발은 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에 후보약물을 투입하고 반응을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나 기존 검사방법은 질환 모델 인공장기의 전체 부위를 파괴될 때까지 누르면서 간 조직의 경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상태에서 계속 측정이 불가능하고, 특정 위치의 경도 정보도 얻을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됐다.
나노탐침으로 살아있는 지방간 정밀 측정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김현우·배명애 박사팀이 지방간 치료 신약의 약효 평가에 활용 가능한 질환모델 인공장기와 비파괴 경도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며 조직 특정부위 강도를 정량 측정할 수 있는 ‘나노탐침 기반 분석 기술’을 공개했다.
나노탐침은 실리콘 식각공정으로 끝부분을 10㎚ 크기로 제작한 측정용 바늘막대로, 측정대상 표면에 눌릴 때 탐침 막대기가 휘어지는 정도를 레이져 경로변화를 정밀 측정한다.
연구팀은 지방간질환 상태로 만든 오가노이드가 살아있는 상태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울러 나노 단위의 미세한 압력으로 좁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누르고 측정값을 분석하는 계산식을 개발, 인공장기를 파괴하지 않고 위치별 경도를 정량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지방이 쌓인 곳에서 강한 빛이 나오도록 인공장기에 형광염료를 염색해 위치를 먼저 찾고, 해당 부위에 나노 탐침으로 미세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나노탐침이 인공장기를 누를 때 휘어지는 정도는 탐침 표면의 레이저 반사로 정밀 측정하고, 결과를 연구팀이 개발한 수학적 계산식으로 분석하면 지방 축적에 따른 경도 변화를 영률로 정량 측정을 할 수 있었다.
영률은 고체 재료의 강성·경도를 나타내는 역학적 특성으로, 물체에 일정한 크기의 변형을 만들려면 영률이 클수록 큰 압력이 필요하고, 영률이 작은 물체는 작은 압력으로도 같은 정도의 변형이 유발된다.
기존 방식은 인공장기를 고정시키기 위해 약품처리로 죽였지만, 나노탐침은 인공장기가 계속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배양액 내에서 적용할 수 있다.
이 때 5㎛ 내외의 얕은 깊이만 누름으로써 간 조직에 손상을 전혀 주지 않는다.
실제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탐침 경도 측정기술’을 비알콜성 지방간 모델 오가노이드에 적용한 결과 형광 빛이 강한 지방 축적부위의 경도는 형광 빛이 약한 부위보다 영률 기준 약 35% 무른 결과를 보여 원하는 부위만 정확히 찾아냈음을 입증했다.

또 지방 축적 형광영상으로 위치를 찾은 결과, 전체 측정시간은 무작위 측정방식보다 절반 이상 단축됐고, 측정 후 간세포 생존율이 97% 이상 유지하며 손상이 최소화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향후 하나의 인공장기를 손상 없이 계속 사용하며 간질환 진행상황을 단계별 연속 측정하는 약물 효능평가 기술도 만들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김현우·배영애 박사가 교신저자로, 신대섭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생체재료 과학 및 공학(ACS Bio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 지난해 12월호에 게재됐다.
(논문명:Local stiffness Measurement of Hepatic Steatosis Model Liver Organoid by Fluorescence Imaging-Assisted Probe Inden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