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환수위는 14일 “김옥숙 여사가 남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으로 알려진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관리해왔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등장한 김 여사의 메모가 증거”라고 주장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김 여사가 노태우 비자금을 관리해온 의혹은 최근에 제기된 것이 아니다. 환수위는 “노태우 정부 시절 김옥숙 여사가 별도로 비자금을 여러 비밀계좌에 넣어두고 관리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김 여사의 최근 행적을 볼 때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수익 은닉공모는 분명한 불법행위이고 특히 전직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중범죄”라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항소심에서 공개했던 김 여사의 1998년 4월과 1999년 2월 작성 메모에는 비자금 사용 내역이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환수위 측은 이 메모에 대해 김 여사가 비자금의 실질적인 주인 역할을 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해당 메모의 내용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누구에게 얼마씩 전달됐는지 뿐만 아니라 지급된 돈 중 일부는 회수예정일까지 자세히 적혀 있다. 이에 환수위의 측은 김 여사의 메모는 비자금의 실질적인 주인노릇을 한 ‘비자금 관리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환수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비자금 관리자가 아니라면 손수 자필로 기록한 세세한 내용들이 ‘메모’가 남아 있을 수 있겠나”라며 “김 여사의 메모는 스스로 노태우 비자금을 은닉한 핵심인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말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서 김영환 의원의 지난해 10월 25일 보도자료를 언급하며 “김영환 의원은 당시 국세청 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편법 상속 수단으로 지목되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비정상적 운영실태를 지적했다”고 꼬집었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김 여사와 노소영 관장의 출연금으로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노재헌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환수위는 “1997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추징이 선고됐지만 노태우 일가가 낸 추징금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추징액을 미뤄왔지만 같은 시기에 9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별도 관리한 정황이 노소영 관장의 이혼 재판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이어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노태우 비자금 흐름도’를 보면 추징되지 않았던 약 2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은 국내와 해외로 나눠 은닉되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검찰 조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방식으로 △차명계좌 활용한 현금성 보험 가입 △아들 노재헌의 공익법인 악용 △조세피난처에 10개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의원은 “지난 10월 8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차명으로 관리되던 자금 등을 동원해 두 차례에 걸쳐 농협공제(현 농협생명)의 ‘새천년새저축공제’라는 유배당저축성보험에 210억원을 가입했다”면서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진 등 8명의 차명계좌가 활용됐고 김 여사는 2007년 검찰과 국세청 조사를 받았으며 해당 진술서가 공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조세포탈 및 금융실명제 위반 행위임에도 김 여사를 비롯한 노태우 일가가 처벌을 받았다는 기록은 드러난 것이 없다”라고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환수위는 “김 여사는 추징금 낼 여력이 없고 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으나 실제로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에 걸쳐 총 147억을 출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세청 공시에 게재된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공익목적보다 상속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정황이 엿보인다”며 “대부분의 자산이 고가의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자산 증식 목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환수위는 고발장을 통해 “노태우 일가가 보유한 거액의 불법 비자금이 다양한 수단으로 상속·증여되고 있다는 단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목적 사업 등 의무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공익법인은 상속세 및 증여세 부과 대상일 뿐만 아니라 탈세혐의로 수사해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조사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