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혁이가 예전에 새벽 4시까지 연습하는 걸 보고 열정이 났었어요. 지금은 몸 신경 쓰느라 그 정도는 아닐 텐데, 열정이 참 뛰어난 선수라 리스펙합니다. 프로로서 갖춰야 할 태도에 있어 영향을 받고 있어요. 상혁이나 저나 계속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후배들에게 ‘저렇게 오래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줬으면 합니다.”
LTA(북미·라틴 아메리카·브라질) 팀 리퀴드는 14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롤파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퍼스트 스탠드’ 한화생명e스포츠와 라운드 로빈 스테이지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1-2로 패했다.
1승3패를 기록한 팀 리퀴드는 같은 승패를 올린 카르민코프, 탑e스포츠(TES)에 ‘동률 팀 상대 세트 승률’에서 밀리며 라운드 로빈 스테이지 최하위를 기록, 대회에서 탈락했다. 팀 리퀴드에는 앞 경기가 아쉬웠을 터. CTBC 플라잉 오이스터(CFO)가 TES를 잡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한화생명을 이겨야만 4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쿠키뉴스와 만난 ‘임팩트’ 정언영은 “어차피 한화생명은 결국 이겨야 할 상대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보고자 했다”며 “앞 경기 결과 상관없이 우리 게임을 생각했다. 유리했었는데 결정을 못 내린 점이 아쉽다”고 돌아봤다.
정언영은 이날 ‘제우스’ 최우제와 맞대결을 펼쳤다. 최우제는 1세트 케일, 2세트 퀸 등 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챔피언을 연달아 꺼냈다. “일대일을 너무 잘하더라”고 웃은 정언영는 “제가 심리전을 1번 이겼을 때, 최우제는 4번 이긴 느낌이다. 최우제가 훨씬 더 잘했다. 좋은 상황도 왔었는데 그걸 유지하지 못했던 게 패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1세트는 베인을 할 줄 알았다. 근데 케일을 뽑았고, 조합이 확 살았다. 탑 구도를 정확히 알고 있더라”며 “신속 신발을 사서 카이팅 구도를 만들었다. 저도 신속 신발을 같이 올렸어야 했다. 최우제라면 결승에서도 케일을 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언영은 최우제를 현시점 최고의 탑 라이너로 평가하며 “전성기다. 기량이 더 올라간 것 같다. 지난해에는 판단 실수가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계속 발전하는 선수다. 세계 최고의 탑에 ‘제우스’말고 누구 이름을 언급할 수 있나”라고 최우제를 치켜세웠다.
팀 리퀴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교전 디테일이 부족했다. 지금 메타는 교전이다. 지난해는 골드로 이득보는 게임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한타 게임이 됐다. 거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단력 있게 2세트처럼 해야 했는데 대회 기간 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정언영은 2013~2014년 T1을 거쳐 2015년부터 10년간 북미에서 뛰고 있다. 1995년생인 그는 “기죽지 않는 점이 프로게이머를 오래 할 수 있던 비결이다. 예전에 ‘제우스’는 벽이었다. 하지만 오늘(14일) 할 때는 할 만했다. 한 끗 차는 아니었지만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신 챔피언이 나올 때마다 적응이 힘들다. 미국에서 더 수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정언영은 옛 동료이자 오랜 친구인 ‘페이커’ 이상혁을 언급하면서 ‘30대 프로게이머’로서의 각오를 밝혔다. 그는 “아직도 게임이 재밌다. 승부의 세계에서의 재미도 있다”며 “30대 프로게이머가 거의 없다. 이걸 유지해서 16~17살 선수들의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