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으로만 돌던 해양조사 용역 사업을 둘러싼 비리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입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국립해양조사원 고위 간부와 용역수행 업체 대표가 무더기로 해경에 검거됐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27일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간부급 공무원 6명을 포함해 뇌물을 건넨 용역업체 관계자 19명, 국가기술자격증을 불법 대여한 16명 등 총 4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뇌물을 받은 국립해양조사원 간부급 공무원 3명(A 씨 5690만원, B 씨 2250만 원, C씨 2100만 원)과 뇌물을 공여한 용역업체 대표 1명(뇌물공여 3700만원, 횡령·사기) 등 총 4명을 구속 송치했다.
나머지 뇌물을 받은 공무원 3명(D 씨 850만원, E·F씨 각 100만 원)과 뇌물 공여자 18명, 국가기술자격증 대여자 16명과 법인자금 횡령 2명 등은 불구속 송치했다.
해경 수사 결과 이들 공무원은 용역업체와 결탁해 평가 점수를 조작하거나 평가위원 명단과 내부 자료를 유출하는 방식으로 특정 업체에 유리한 구조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업체 순위를 바꾸거나 끼워넣기를 통해 특정 업체를 낙점했다. 이후 수년간 현금과 상품권을 받아 챙겼다.
공무원들은 민간 용역 업체와의 결탁을 은폐하기 위해 텔레그램 등을 사용해 대화 직후 자동 삭제했다.
주로 자택, 관사, 차량 등에서 현금 5만원권이나 상품권을 빈 담뱃갑 또는 보고자료 파일 사이에 넣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주고받았다.
금액대는 한 사람당 100만원에서 5천만원대로 다양하다.
일부 용역업체는 용역 사업 조건을 맞추기 위해 측량 및 지형공간정보 산업기사 등 국가 기술 자격증을 보유한 10여명의 명의를 빌려 허위로 명단을 올리기도 했다.
부실 용역 수행도 문제였다. 업체들은 ‘측량 및 지형공간정보산업기사’ 등 국가 기술 자격증을 빌려 허위 인력을 꾸미고 정부 용역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 일부를 속여 뺏어 비자금으로 돌린 정황도 해경은 확인했다
해경은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들의 사무실,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계좌와 상품권을 추적해 증거를 확보했다.
해경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뇌물 공여자들이 관련 내용을 장부에 작성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뇌물수수 일시, 장소, 금액, 공여자 등을 상세히 기록해 증거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은 해양 관측, 수로 측량 등을 실시하고 바다의 지도인 해도 제작 등을 수행한다.
조사원에서 실시한 용역 결과는 해도 제작, 해양경계획정, 해양 기상 관측자료, 국방 기초 자료 등에 활용된다.
해경 관계자는 "정부 해양 용역사업이 관행처럼 굳어진 뇌물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고 토착화된 공직비리 근절과 국민혈세인 정부 사업비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해양 용역사업 전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