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헌재는 4일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말 비상계엄 선포부터 이어진 122일간의 탄핵 정국은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4일 온 국민의 관심이 헌재에 쏠렸다. 서울 거리와 광장에는 탄핵 심판 생중계를 보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도심 곳곳에선 선고 시간 1시간 전부터 찬반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며 분위기를 달궜다.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탄핵 심판 선고 주문을 낭독하자 찬반 단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광화문 집결한 탄찬 “이제야 마음 놓여”
탄핵 찬성 측은 곳곳에서 환호성과 박수 갈채가 쏟아지며 서로 기쁨을 만끽했다.
서울 안국역 6번 출구 인근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얼싸 안고 기쁨을 표현했다. 시민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국회 앞에서 울려 퍼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헌재 앞에서 또다시 틀어졌다. 서로를 껴안고 “고생했다”, “주권자가 승리했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곳곳에서 안도의 목소리도 나왔다. 집회 참석을 위해 이틀 전 부산에서 온 문모(30대·여)씨는 “가족들과 따로 사는데, 계엄 때 너무 무섭고 불안했다. 이제서야 마음이 놓인다”며 계엄 선포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신동화(42·남)씨는 “명백한 탄핵 사유였기 때문에 하나도 걱정이 안 됐다”며 “이제 정말 다음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에서 온 최은혜(42·여)씨는 두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최씨는 “계엄이 선포된 날도 아이들과 밤을 새웠다”며 “어제도 조마조마하면서 잠을 설쳤다. 아이들도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역사적인 순간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신씨는 “우리나라 정치가 ‘정치’가 부족하다. 상호 토론과 협의가 없다”며 “토론과 소통, 합리적인 공존과 평화가 이뤄지는 세상 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씨도 “정치인들이 거짓 선동을 멈추고, 믿음이나 신뢰를 기반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저 모인 탄반 “말도 안돼, 인정할 수 없어”
반면 탄핵 반대 측은 울음을 터트리고 오열하는 등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모인 탄핵 반대 지지자들은 “말이 안된다”며 선고 결과에 불복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관저 앞 단상에 올라 “더 이상 국회와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 국민 저항권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지켜내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내일 광화문으로 3000만명이 모여 대한민국을 뒤집어 엎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단에 오른 한 연사는 “헌재 판결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이 아닌 권력자들에게 아부하기 위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지자들은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한숨과 탄식을 쏟아냈다. 선고 직후에는 오열하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일부는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떠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이동하는 내내 “분하고 억울하다”, “말도 안된다” 등의 울분을 토해냈다.
현장 집회에 참석한 이모 씨는 “헌재 판결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 질서를 지킨다면서 대통령 파면에 ‘자유’란 단어도 일절 붙이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대문구에서 왔다는 60대 박모 씨도 “분하고 억장이 무너진다”면서도 “판결을 내린 헌재 재판관이나 사법부 판사 모두 다 심각하다. 그냥 넘기지 말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A씨도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 이재명을 척결해야 나라가 바로 설 것”이라며 “공산화된 이 나라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용산 한남동 관저 앞에서는 탄핵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가 동시에 집회를 여는 상황이 연출됐다. 자유통일당 등 탄반 단체는 당초 안국역, 광화문 일대에 집회를 신고하고 전날 집회를 벌였지만,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지 않기로 하자 이날 오전 관저 인근 블루스퀘어 앞 육교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반대 집회와 300m가량 떨어진 일신빌딩 앞에선 탄핵 찬성 단체인 촛불행동이 집회를 벌였다. 촛불행동 참가자들은 선고가 끝난 뒤 만세를 외쳤다. 이어 서로를 향해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떠났다. 이날 찬탄 집회의 경우 경찰 비공식 추산 안국동에 1만명, 한남동에 6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촛불행동도 탄핵 인용시 진행하기로 했던 이날 오후 7시 시청역 인근 ‘민주정부 건설 내란세력 청산 촛불 콘서트’ 집회를 열 예정이다. 반면 자유통일당은 5일 광화문 동화면세점∼대한문, 교보빌딩∼광화문KT빌딩 구간에 집회 신고를 해둔 상태다. 집회 신고 인원은 20만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