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위기 대응을 위해선 ‘미중 무역전쟁’에 주목해야[박진호의 아웃사이트]

트럼프발 위기 대응을 위해선 ‘미중 무역전쟁’에 주목해야[박진호의 아웃사이트]

-대선 후보들의 무차별 대미정책 공약은 메아리 없는 외침

기사승인 2025-04-08 16:43:32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 정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국민들은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변화에 대한 기대감’ 보다 ‘혼란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대선 후보들의 여론 몰이용 외교안보공약 봇물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부각되고 있는 우리의 대외적 취약성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간 무역전쟁 장기화는 우리의 전략적 입지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세적인 관세전쟁을 강행하는 가운데 “버티면 미국이 승리한다”며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로 미국 국내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보유 혹은 건조한 선박이 미국내 항구를 이용할때 마다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안은 미국내 항만 일자리 뿐만 아니라 공급망 구조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차원의 미중간 무역전쟁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모두가 자성해야 한다. 

오늘날 중국의 경제 규모 및 글로벌 경쟁력은 미국에게는 현존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코로나 19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통상질서의 급변으로 미중간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럽 지역의 불안정성 확산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급증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에 시진핑 주석은 맞불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은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게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미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의 방안으로 피해 최소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그 효과에 대해선 누구도 지금 상황에서는 확신할 수 없다. 계엄 사태 이후 국내적으로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사실상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전면 개정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있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사실상 뾰족한 대응책 없이 관망하고 있다. 

한편, 유럽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호된 신고식을 치렀기 때문에 그 어느때 보다도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강력한 집단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조만간 찬반투표를 통해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에 대해 최고 50%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내 실권자인 일론 머스크는 유럽과의 자유무역지대 형성을 주장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만약, 유럽연합이 강력한 보복관세 조치로 미국에 대응한다면 중국과 유럽으로부터 동시에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미국은 ‘21세기형 신고립주의’를 자초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안보분야에 있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분야에 있어 우리의 취약성을 극복하겠다는 ‘1차원적 주고 받기식’ 거래법은 현실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우리는 중국 및 유럽과 달리 미국을 상대할 효과적인 ‘전략적 지렛대’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방위적 미중경쟁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따라 한미간 현안 논의를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의 대미정책에 관한 공약은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할 것이고 미중 글로벌 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입장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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