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베트남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에 따라 국내 패션 OEM·ODM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생산기지 재배치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지만, 관세 여파는 중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 시장을 주요 수출처로 삼고 있는 한세실업, 영원무역 등 주요 기업들은 생산기지 다변화에 착수하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글로벌 패션업계에 관세 이슈까지 더해지며, 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미국은 △베트남(46%) △태국(36%) △대만(32%) △일본(24%) △EU(20%)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부과하려던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 관세 10%만 적용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관세 정책이 대미 통상의 불확실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해 한세실업 매출은 1조79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22억원으로 15.4% 감소했다. 지난 2023년에는 매출 1조7088억원, 영업이익은 1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5%, 6.3% 줄었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방글라데시 △베트남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등 해외 생산법인에서 제조하고 있다. 영원무역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2% 늘어난 8469억원, 영업이익은 –13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제 한세실업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남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과테말라 자회사 2곳에 대해 총 800억원대 채무보증을 결정하며 니어쇼어링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중미 지역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엔 미국 섬유 제조업체 텍솔린을 인수하고, 중미 지역에 신규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며 “현재 전체 물량의 85%는 미국이다. 나머지 15%인 일본, 유럽 등 나머지 지역으로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하는 과테말라 미챠토야 프로젝트도 카드다. 과테말라 에코스핀 1공장에선 하루 약 2만5000kg의 원사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원사부터 원단, 봉제까지 모두 가능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북미 시장과의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한 대응이다.
영원무역 역시 방글라데시 외에도 베트남, 엘살바도르 등 다양한 국가에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전체 수출 물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만큼, 생산기지를 다변화하여 관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생산 단가 상승과 환율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오르면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미국 내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여러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해결책이나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패션 ODM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에 생산기지를 두었던 이유는 클러스터 및 인프라 조성, 낮은 인건비, 관세 혜택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전략적 생산기지로 취급되던 곳에서 변수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 기반 K-패션 기업들에게 상호관세는 단기 변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공급망 재정비에 힘쓰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