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자격 치료사의 놀이치료가 어린이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병원에서 의사의 지도로 시행된 치료에 대해 보험 보장을 받을 수 없게 된 발달지연 아동과 그 가족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37부(부장판사 이효진)는 현대해상을 상대로 어린이보험 가입자가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을 지난 9일 기각했다. 법원은 “자격 없는 자가 시행한 신경발달중재치료(놀이치료 등)와 관련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의사 등 의료인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의사 지시에 따라 민간자격자가 시행한 놀이치료가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발달지연 아동 가족 측은 의사의 지도로 민간 자격인 놀이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한 병원 소속 임상심리사의 놀이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국가에서 놀이치료 관련 공인자격시험 제도를 두지 않아 민간 자격자의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대해상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의료법상 의료 행위나 그 보조는 의료인만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놀이치료 등 신경발달중재치료도 의료기사인 작업치료사가 할 때만 자격이 인정된다고 봤다. 의료 행위 보조 자격이 없는 놀이심리상담사, 음악중재전문가, 미술심리상담사, 인지학습심리사 등의 치료는 무자격 치료이므로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현대해상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이번 판결로 놀이치료를 받는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병원에서 진료 후 놀이치료를 받는 소비자가 치료자의 자격을 직접 파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한 발달지연 아동 가족 측은 “병원에서 의사의 지시대로 받은 것인데 치료자의 자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병원과 보험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환자가 치료자의 자격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보험 보장이 되지 않는 치료에 대해 환자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누군가 잘못 알려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병원 등에서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고 짚었다.
보험 보장이 일부 사라지는 만큼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제도 등 공백을 메울 제도의 홍보도 필요하다. 정부는 장애아동 복지지원법에 따라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8세 미만 등록장애아동이나 전문의의 의뢰서를 받은 6세 미만 영유아는 놀이심리 등 발달재활서비스 이용에 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패소한 발달지연 아동 가족들의 항소로 재판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발달지연 아동 가족 측 법무법인 강남 한부환 변호사는 “재판부가 보험사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면서 “항소할 만한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