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건 가시화…전력·에너지 인프라 구축 나선 韓기업

우크라이나 재건 가시화…전력·에너지 인프라 구축 나선 韓기업

- LS그룹, 우크라이나 현지 당국 관계자 만나 재건 논의
- HD현대 등 건설 지원 검토…공공기관도 인프라 확충 협력
- 韓기업 실적·기술력 입증, “열악한 현지 상황 고려한 접근돼야”

기사승인 2025-04-11 11:00: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해 종전 협상을 논의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복구를 위한 전력·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명노현 LS 부회장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머물며 현지 에너지부, 경제부, 농림부 등 관계부처 장관 및 CEO를 만나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비롯한 에너지 송배전망 복구와 농업 인프라 지원을 중심으로 상호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간 한국 정부기관 차원의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등 논의는 있었지만, 국내 기업 중에서 최근 현지를 직접 찾아 당국 관계자들과 재건 사업을 논의한 사례는 처음이다. LS그룹은 LS전선, LS에코에너지를 비롯해 LS일렉트릭 등 계열사를 토대로 전력·에너지 인프라 구축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산업기계 제조기업 LS엠트론은 앞서 2023년에도 우크라이나에 트랙터와 로더 등 농기계를 5대씩 지원한 바 있다.

명노현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LS그룹이 우크라이나 재건에 파트너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우크라이나와의 강력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상호 Win-Win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HD현대건설기계는 한국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건설 장비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으며, HD현대인프라코어 등 계열사가 종전 이후 필요한 굴착기와 휠로더, 백호로더 등 중장비 수요 예측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29일 방한한 우크라이나 사절단은 인천시 연수구 포스코 송도 사옥을 찾아 포스코인터내셔널 임직원과 현지 사업 현황을 살피고,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시찰하는 등 국내 기업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공공기관 차원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협약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9일 우크라이나 호로독시(市) 신도시 개발 사업시행자인 유럽투자지주유한회사(Euro Invest Holding LLC)와 스마트 도시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호로독시는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에 위치한 물류의 요충지로, 57.7km² 규모의 신도시 개발이 계획돼 있다. 이번 협약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중 10km² 부지의 스마트 그린도시 조성을 구상하게 된다.

명노현 LS 부회장(오른쪽 네 번째)이 이달 초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에너지부, 농업정책·식품부, 경제부 인사들과 만나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S그룹 제공 

국가철도공단 역시 우크라이나 통합 철도교통관제센터 구축을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최종보고회를 지난 3일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개최했다. 해당 사업은 우크라이나 철도 인프라 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현지 관제센터 현황조사, 신호 기술 수준 분석, 사업 수행계획 수립, 사업비 산출 및 경제성 분석 등이 골자다.

세계은행은 지난 2022년 2월 러-우 전쟁 시작 시점부터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의 직접 피해액을 1760억달러(260조원), 향후 10년간 복구 비용을 5236억달러(774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가장 피해가 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이 향후 러시아 영토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우크라이나 내 재건 규모는 이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계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팀장은 “재건사업의 주요 재원 대부분은 ODA(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과 그 외 민간 투자 형태로 조달될 예정”이라며 “현재 예정된 약 1691억달러 규모의 ODA는 EU(유럽연합) 1217억달러, 일본 155억달러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여서 이것이 현실적인 우리나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당초 ODA에 538억달러를 집행하려 했던 미국은 트럼프 체제서 광물협정 등 직접적인 협상에 나서면서 재건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광물협정(펀드)을 통해 향후 우크라이나 자원·인프라에서 발생한 현지 정부 수입의 50%를 요구하고 있으며, 나머지 50% 재원으로 재건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펀드의 소유·운용 대상도 미국 정부다.

전문가는 우리나라 산업계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함계희 팀장은 “우리기업의 해외 실적과 기술력은 글로벌 어느 국가에 견주어도 높은 편이고, 실제 ODA 공여국 중에서도 상위권”이라며 “다만 우크라이나 현지 정부부채가 높은 데다, 전후 우크라이나의 산업구조가 농업 중심으로 시작돼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돼 있다는 점, 해외이주·전쟁참여로 노동가능 인구가 감소한 점 등 위험요인도 상존하기 때문에 사업별 맞춤형 그리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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