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전통적인 기자회견이나 대중 연설이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 영상을 택해, 기존 정치권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비전과 각오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유튜브 채널 ‘이재명TV’ 등을 통해 출마 선언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지난 4월 4일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을 선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두운 화면에 ‘국민들은 마침내 무도한 권력을 끌어내렸다’는 문구가 이어지고, ‘국민은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다’는 자막이 등장한 뒤 한 카페에서 캐주얼한 차림의 이 대표가 등장한다.
그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은 헌법이라는 그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상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직후부터 제작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에 나서는 이 전 대표의 의지와 각오를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했다는 것이 경선 캠프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번 영상에서 ‘출마’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니트를 입고 카페에 앉은 채 차분하게 비전을 설명하는 모습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의 시끄럽고 격한 분위기와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영상 속 이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먹사니즘’과 ‘잘사니즘’ 구상, 그리고 ‘K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차례로 소개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 누구 생각에서 시작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 유용하고 더 필요한 것이 최고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실용 중심의 국정 운영 철학을 강조했다.
이어 ‘K컬처’ ‘K민주주의’ 등을 예로 들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들이 많다. 이를 하나로 묶어 ‘K이니셔티브’라고 부르고 싶다. 소프트파워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이름만 있는 나라가 아니라, 대한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실질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며 “그 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영상은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합니다”라는 이 대표의 말과 함께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이 대표가 출마 선언 방식으로 영상 메시지를 택한 것은 현장 동원이나 세 과시보다 정책과 비전 중심의 메시지 전달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들의 오프라인 출마 선언과는 차별화를 꾀하며, 정치적 태도와 이미지를 부각하는 전략이다. 특히 유튜브 등 SNS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과의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영상 내내 이 대표의 어조는 일정하게 유지됐다. 대중 연설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짓이나 고조된 음성 대신, 차분함을 강조하며 태도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친명계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두 달이라는 초압축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언행과 태도”라며 “이 대표가 이번 영상에서 보여준 것도 바로 그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선포식을 열고, 영상에서 언급한 ‘진짜 대한민국’과 ‘K이니셔티브’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