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보 車보험 탓 경영 악화…디지털 보험사 한계도

캐롯손보 車보험 탓 경영 악화…디지털 보험사 한계도

기사승인 2025-04-10 17:39:46
서울 여의도버스환승센터 인근에서 차량들이 물을 튀기며 달리고 있다. 유희태 기자

통신판매전문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 영향으로 경영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면 없이 전화나 온라인으로만 보험을 팔 수 있는 소형 보험사가 레드오션인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들면서 손실이 누적됐다는 평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보의 경영 악화에 따른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자동차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유일한 통신판매전문보험사다.

지난달 말 공시된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캐롯손보가 지난해 벌어들인 자동차보험료는 전체 보험료(4882억원)의 84%(4085억원)를 차지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료와 계약유지비용, 손해조사비를 더한 비용(4657억원)에 달해 자동차보험에서만 572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온라인 등 통신판매 방식으로 유입된 고객은 비교적 젊은 층이 많다. 사고 위험이 높은 반면 보험료는 낮아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보험사들은 오랜 시간 보유한 다량의 계약으로 정비업체나 렌트카업체와 협약을 맺어 비용을 절감하지만, 소형사는 이같은 협상력을 갖추기 어렵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쿠키뉴스에 “통신판매나 중소형 보험사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며 “고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형사처럼 계약을 많이 확보해 정비업체와 수리비 협상을 통한 비용 조정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번 상황이 과거 자동차보험 요율 자유화 직후 등장했다가 사라진 온라인 전업 보험사들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초 교보자동차보험, 다음다이렉트, 교원자동차보험, 현대하이카다이렉트 등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했으나 손해율 악화와 수익성 부진으로 대형사에 흡수됐다.

반면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통신판매전문보험사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카카오손보는 지난해 순손실 481억원을 기록했지만 여행자보험 가입자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냈다. 카카오손보는 출범 4년차인 만큼 사용자 수와 재가입률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고객 경험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교보라플도 지난해 순손실 260억원을 냈지만 회계 기준에 따른 일시적 손실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제에 맞게 더 많은 고객이 보험을 해지하지 않을 것으로 가정하면서 미리 반영한 미래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캐롯손보의 경영 악화가 통신판매전문보험사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보험 의존도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신판매전문보험업계 전반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저변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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