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 여부가 이르면 이달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당국의 인수 승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보험업계의 관심은 이후 합병 과정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합병 과정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안이 상정되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가 이달 중 열린다. 만약 이달을 넘기면 다음 달 초 승인 가능성이 거론된다.
높아지는 합병 가능성…개별 장점 있어
업계에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장점이 겹치지 않아 합병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성대규 우리금융 인수단장이 과거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이끈 인물이라는 점도 합병 가능성을 높인다. 성 단장은 오렌지라이프 합병 당시 각 사를 그룹 내 별도의 자회사로 일정 기간 운영하고 각자 경쟁력을 살려 조직을 재구성했다.
동양생명은 자회사 법인대리점(GA), ABL생명은 전속설계사 판매 채널에 주력해 서로 보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ABL생명의 신계약 판매 비중은 전속설계사 23.1%, GA 36.9%, 방카슈랑스 등 기타 40%였다. 같은해 동양생명의 수입보험료 비중은 회사모집(임직원모집 포함 자회사) 62.9%, 방카슈랑스 22.4%, 기타 13%였다.
보험 상품 구성도 리스크 구조가 달라 합병이 포트폴리오 강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수입보험료 기준 보험상품 비중을 보면 동양생명은 사망보험 60.7%, 생존보험 15.3%, 퇴직연금, 변액 및 특별계정 17.1%였다. ABL생명은 사망 44%, 생존 40%, 특별계정 10%으로 생존보험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두 보험사를 합병하면 생보업계 5위로 도약하게 돼 시장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총자산을 합하면 지난해 연말 기준 49조원으로 KB라이프(33조원)을 넘긴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합은 4153억원으로 KB라이프(2694억원), 농협생명(2461억원)보다 앞서간다.
합병 걸림돌, 인력 구조조정…2~3년 소요 전망
하지만 보험업계는 두 보험사의 합병을 위해서는 인력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로 다른 두 보험사 임직원을 재배치하고 인사고과 체계를 통합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합병이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이나 노동조합 반발 등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수 후 ABL생명을 재매각해 합병을 피해 가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 소속 직원은 937명, ABL생명 소속 직원은 752명이다. 신한라이프(1550명), 농협생명(1044명), KB라이프(716명)에 비해 적게는 139명, 크게는 973명이 많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회사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 대규모 희망퇴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신한금융도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을 위해 신한생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직원 250여명이 최대 37개월의 특별퇴직금 등을 받고 퇴사했다. KB금융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에서 희망퇴직을 받았다. 20년 이상 근속자 등이 기본급 27~36개월치와 기타 자금을 받고 회사를 나갔다.
이에 인사와 조직 재구성을 고려하면 당국이 인수를 승인하고 우리금융이 합병을 결심하더라도 실제 합병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도 오렌지라이프 인수 승인(2019년 1월)부터 신한생명과의 합병 인가(2021년 5월)를 받기까지 2년 4개월이 걸렸다. KB금융지주도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 승인(2020년 8월)부터 KB생명과의 합병 승인(2022년 11월)까지 2년 3개월을 소요했다.
통합에 앞서 우리금융이 동양생명의 완전 자회사 편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합을 위해서는 승인 이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주식 매입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