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간호사’ 업무 놓고 간호계 설왕설래…“현실적 대안 찾아야”

‘전담간호사’ 업무 놓고 간호계 설왕설래…“현실적 대안 찾아야”

기사승인 2025-04-16 15:05:53
대한간호협회가 10일 국회도서관에서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간호사 업무환경 개선 및 진료지원 업무 제도화를 위한 제도적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진료지원(PA) 업무를 수행하게 될 ‘전담간호사’의 역할을 두고 간호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하위 법령에 포함될 전담간호사의 업무를 18개 분야로 나눠 제시했지만, 일부 단체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6일 간호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전담간호사 업무 범위를 담은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을 마련 중이다. 전담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지난해 2월 기준 54개였으나, 현재는 유사 업무를 통합해 약 38개로 정리됐다. 

간협은 지난 10일 국회도서관에서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전담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제안했다. 중환자, 호흡기, 수술 등 전담 분야를 18개로 세분화하고, 자격 요건·교육 과정·법적 보호·보상 체계를 갖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현장 간호사, 간호대 교수, 간호부서장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와 자문단을 꾸려 총 10회의 회의를 진행했으며, 전국 348개 의료기관에서 1127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도 시행했다고 밝혔다. 

간협은 “현장의 실질적 요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18개 분야를 도출했다”며 “전담간호사가 표준화된 교육을 이수한 뒤 해당 분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자격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간호과학회, 한국전문간호사협회 등 간호계 단체 21곳은 간협의 전담간호사 운영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전담간호사와 전문간호사의 현황과 경험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환자 안전과 간호 전문성을 모두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간호사와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간협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업무를 세분화했다고 짚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062명 중 68.5%가 간협 안에 동의하지 않았고, 76.6%는 해당 방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 64.6%는 간협의 제안이 임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들 단체는 업무를 지나치게 나누면 환자를 케어할 때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각 세부 분야별 중복 교육이 필요해 실효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PA 체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미국도 업무를 단순화하려는 추세”라며 “진료지원 역할의 중심이 되는 전문간호사 단체도 전담간호사를 현장 중심의 13개 분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간협이 전담간호사의 업무 규정보다 운영 체계를 우선시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격시험 운영을 위해서는 먼저 수행 가능한 업무가 규정돼야 한다”며 “간협은 업무 내용 없이 자격 분야, 교육 시간, 자격 부여 및 갱신에 대해 먼저 제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약 30여 개의 업무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업무가 먼저 정리돼야 교육 주체, 세부 분야, 교육 시간 및 내용 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협은 다양한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관련 단체 및 직역과 지속적인 토론과 공청회를 가지면서 성공적인 제도화를 위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협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간협은 “진료지원 업무 내용은 보건복지부 주관 자문단을 통해 협의 중이며, 자격 체계 논의와 병행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과정은 간호사들의 경험과 현실을 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며 “전담간호사 제도는 간호사의 법적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전문성 강화,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피력했다.

정부는 간호법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조만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제정된 간호법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되며 간호사·간호조무사의 면허, 자격 인정, 업무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규칙에는 전담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가 포함될 예정이다.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역 단체들은 전담간호사 제도를 비롯해 간호법 추진 저지를 위한 공동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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