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질 않는 ‘간호법’ 갈등…시행령 마련 지연에 “늦더라도 제대로”

끊이질 않는 ‘간호법’ 갈등…시행령 마련 지연에 “늦더라도 제대로”

3월 예정 하위법령 시행규칙 발표 돌연 연기
간호사들 “지연 실망” “제도적 보완 시급”
간협 “조정 여지 있어…논의하며 발표 지켜볼 것”
의료계 반발 예상…14개 단체 공동 대응

기사승인 2025-03-31 06:05:04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PA(진료지원)간호사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간호법 시행규칙 마련이 지연되고 있다. 간호 현장에선 지연에 따른 불만과 함께 주어진 시간 동안 시행규칙을 잘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6월21일 간호법 시행에 앞서 정부는 PA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50여개를 담은 간호법 하위법령 시행규칙을 이달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이를 두고 의과대학생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발표를 미룬 것이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쟁점과 세부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며 조문을 수정·보완하느라 부득이하게 발표를 미뤘다는 것이다. 예상되는 발표 시점은 오는 4월이다. 입법예고 후 법제처 심사 등 절차 등이 남아 있어 다음달 안에는 하위법령이 나와야 6월21일 예정대로 간호법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선 간호사들은 이번 발표 연기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A간호사는 “그동안 수차례 논의를 갖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발표가 연기된 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B간호사는 “현장 간호사들은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한)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로 지쳐 있는데, 제도적 보완이나 지원은 한참 부족하다”라고 비판했다.

PA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특수검사나 시술 등 의사 업무 중 일부를 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대신 수행하는 인력이다. 의료법상 PA간호사는 별도 규정이 없는 탓에 그동안 불안정한 지위에서 업무를 해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PA간호사는 1만7103명이다.

정부는 작년 2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의료공백이 커지자 간호법을 제정하고 PA간호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시행했다. 이 지침을 살펴보면 PA간호사나 추가로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간호사는 △단순·복합 드레싱(소독) △봉합 △수술 보조 및 의사 위임에 따른 검사와 약물 처방 △진단서 및 수술 동의서 초안 작성 등을 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는 △조직·뇌척수액 채취 △골수·복수 천자 △중심 정맥관 삽입·관리 △기관 삽관·발관 등도 가능하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정부나 의료계와 논의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소통을 하며 정부 발표를 두고보겠단 입장이다. 간협 관계자는 “현재 제대로 논의가 정리되지 않아서 정부가 발표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은 시행규칙이 문제없이 현장에 잘 정착해야 한다며 다소 늦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전문의 하나 양성하는 데 10년 넘게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그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문간호사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와 국회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간호법을 밀어붙인 것이다. 다만 너무 성급하게 하려다 보니까 합의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표가 지연되더라도 시행규칙은 만들어질 것이고, 지금 진행되는 시범사업 범위를 크게 넘어서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14개 단체를 모아 간호법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난 19일엔 간담회를 갖고 간호법이 보건의료체계에 갈등과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간호법이 부실 의료를 조장하고 의료면허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간협 측은 “간호법에 명시된 대로 간호사 의료행위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지도 하에 이뤄지는 만큼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게 아니다”라며 “간호법을 근거로 간호사가 숙련된 자격을 갖추고 제도권 안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변화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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