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폐지한다는데…가계부채 ‘시한폭탄’ 된다

LTV·DTI 폐지한다는데…가계부채 ‘시한폭탄’ 된다

LTV·DTI 폐지…잇달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공약
전문가 “지금 규제 풀면 가계부채 건전성 악화…시장 불안 키운다”

기사승인 2025-04-23 06:04:03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대선을 41일 앞두고 각 후보들은 중산층 표심을 겨냥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진적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금리 인하기에 가계부채가 늘어날 경우 향후 부채 건전성 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동훈 후보는 청년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담보인정비율(LTV)과 취득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 후보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청년인 경우 LTV 규제를 완전히 폐지해 초기 자산 형성의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정부가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침 아래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출 총량 규제 완화를 넘어 아예 폐지한 후 금융사 자율로 맡기겠다는 취지다.

LTV와 DTI는 부동산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지표로 지역, 주택 가격, 대출자 조건 등에 따라 수치가 다르게 적용된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시기에는 LTV·DTI 비율을 낮춰 대출을 억제하고, 침체기에는 비율을 높여 규제를 완화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서기에 시기적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금리 인하 기조에 더해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파까지 겹쳐 이미 주택 시장으로 수요가 과도하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금리 인하 국면에 시행된 부동산 대출 완화 정책은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주택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2.0%의 저금리였던 2014년 정부는 경기 부양 대책의 일환으로 LTV는 70%, DTI는 60%로 일괄 상향 조정했다. 그 결과 2015년 주담대 증가율은 14.0%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전국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4.42% 오르며 상승기로 진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를 앞두고 토허구역 해제 번복으로 불안해진 부동산 시장에서 LTV나 DTI 같은 금융 규제가 가계부채 건전성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했다”며 “금융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가계부채가 급증하거나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은 연초 금리 인하와 규제 완화 등에 3조931억원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지난 3월에는 1조7992억원 늘며 증가폭이 다소 줄었지만 이번달 10일까지 1조1218억이 상승해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대출 쏠림이 자본 생산성 저하, 소비 위축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부동산 중심의 민간신용 확대가 지속될수록 민간신용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생산적인 부문으로 원활한 자금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부동산 신용 증가세를 적정수준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한 상태인데,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결국 고소득자만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며 “투기 수요는 규제를 통해 억제하고 실수요자에게는 금융지원을 통해 주택이 공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공급은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하거나 분산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미 특정 지역에 수요가 집중된 상황에서는 분산이 쉽지 않아 대출 규제를 통해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누구라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규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김다인 기자
daink@kukinews.com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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