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경은 단순한 생리현상으로 인식한다.
월경 장애 역시 질병이라는 생각보다는 일시적인 생리불순 쯤으로 가볍게 지나치다가 뜻밖에 낭패를 당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 진료 등 적극 대처해야 한다.
월경장애는 부인 암과 일부 증상이 비슷할 수 있어, 초기에는 혼동될 수 있다. 둘 다 모두 비정상적인 출혈과 골반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부산 온병원 산부인과 김규관 과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월경장애는 월경과 관련된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23일 정의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의 50%가 월경불순, 무월경, 월경통, 월경전증후군 등 다양한 월경장애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월경전증후군(PMS)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약 32만 명으로 추정된다.
월경전증후군(PMS)은 월경 시작 전 1∼2주간 유방 압통, 체중 증가, 피로, 짜증, 우울, 불안, 식욕 변화, 복부 팽만감 등 일련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보인다.
월경 중 또는 월경 전후에 발생하는 월경통(Dysmenorrhea)은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나뉘는데, 하복부 통증, 허리 통증,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호소한다. 속발성 월경통의 경우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골반염 등 특정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월경불순(Oligomenorrhea/Menorrhagia)은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 갑상선 문제, 자궁 내 질환 등으로 월경 주기가 지나치게 길거나 짧거나, 월경량이 과도하게 많거나 적은 상태를 말한다.
월경전 불쾌장애(PMDD)는 월경전증후군(PMS)보다 심각한 형태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정서적, 행동적 증상이 나타난다.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분노, 불안, 집중력 저하, 피로, 식욕 변화 등을 동반한다.
월경장애는 이처럼 신체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우울감 등 정산적인 문제로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결과 확인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22년에 우리나라 13∼55세 여성 3,0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건강조사에서 전체 대상자의 91%가 월경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증 월경장애 경험 여성도 전체의 57%나 달했다.
월경통, 월경전증후군, 비정상 자궁출혈 증상이 없는 여성에 비해 중증 증상을 경험한 여성에서 높은 우울감을 겪는 비율이 또한 각각 1.6배, 2.0배, 1.4배 높았다.
경험한 중증 월경장애 횟수가 많을수록 높은 우울감을 겪었고, 특히 청소년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월경장애는 자궁내막증이나 자궁선근증 등 부인과 질환의 증상과 유사해 오인에 유의해야 한다.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은 자궁 내막 조직이 자궁 외부에 위치하여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생리통, 성교통, 골반 통증이 주요 증상이며, 심한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월경통과 유사한 통증 패턴 때문에 월경장애로 오인될 수 있다.
자궁 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으로 침투하여 자궁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자궁선근증 (Adenomyosis)도 월경과다, 월경통, 골반 압박감 등의 증상 탓에 단순한 월경장애로 착각하기 쉽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의 경우 난소에 다수의 낭종이 형성되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는 질환인데, 이 역시 월경 불순과 같은 증상 탓에 월경장애로 오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심한 골반 통증, 발열, 불규칙한 월경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골반염도 마찬가지로 월경장애와 증상이 유사하다.
온병원 산부인과 김지연 과장(산부인과전문의)은 “부인암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월경장애가 지속되거나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일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특히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과 정기적인 세포검사로 예방 및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특히 자궁 초음파 검사는 자궁근종, 자궁내막종, 자궁 폴립 등의 질환을 조기 발견하는데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김규관 과장(산부인과전문의) 역시 “월경장애는 여러 부인과 질환들과 증상이 유사하므로, 증상이 지속되면 즉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