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이 37표 차로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사 재신임에 성공했다. 다만 조합원 사이에서 때 아닌 부정 투표 의혹까지 나오는 등 내부 반발이 커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29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신임을 묻는 조합원 총회가 지난 27일 오후에 열렸다. 전체 852명 중 439명이 대우건설과 계약 유지에 찬성했다. 반대는 402명, 기권은 11명이다. 찬성과 반대가 37표 차다.
대우건설이 재신임에 성공한 것은 공사 기간과 비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조합원을 설득하기 위해 시공사를 교체하면 사업이 최소 1년6개월 지연되고 추가 공사비 2015억원, 공공유지 매입을 위한 브릿지론 지연배상금 503억원 등 최소 2698억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시공사 교체보다 유지가 이익이라고 판단해 대우건설 유지 쪽에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도 비용 문제가 시공사 교체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시공사를 유지해 공사를 끝까지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에서 시공사 교체를 원하는 건 늘 있는 일”이라며 “시공사를 교체하면 분담금도 증가하고 공사도 오래 걸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우건설은 2022년 롯데건설을 제치고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대우건설은 수주 당시 ‘118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서울시가 남산 경관 보호를 목적으로 설정했던 건물 높이 규제인 90m를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해 원안 설계도보다 높은 118m(21층) 높이 시공을 제안한 것.
하지만 서울시가 고도 제한을 풀지 않아 대우건설은 공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생기면서 대우건설 신임을 묻는 첫 번째 총회가 열렸다. 대우건설은 정비구역을 관통하는 도로를 없애 블록 통합을 대안으로 재신임 받았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대안이 무산되면서 이번에 두 번째 총회가 열렸다.
대우건설이 시공사 자격을 유지했지만 사업 추진에는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일단 조합 내부에서는 이번 투표를 두고 부정 투표 의혹이 제기되는 등 반발이 크다. 조합원 A씨는 “현재 조합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조합 내부에서는 이번 투표가 부정 투표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합원 일부가 조합에 부정 투표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도 했다”고 말했다.
조합장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경태 한남2구역 조합장은 조합장직을 걸고 시공사 교체를 선언한 인물이다. 홍 조합장은 지난 12일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과 계약을 해지하면 탑티어 건설사가 참여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조합장 직을 걸고 시공사 교체를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조합원 B씨는 “내부에서 조합장 교체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재건축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 측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우건설도 조합 내부의 문제인 만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시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