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배당 두고 엇갈린 금융지주…KB·신한은 ‘굳이’

감액배당 두고 엇갈린 금융지주…KB·신한은 ‘굳이’

기사승인 2025-05-01 06:00:07
쿠키뉴스 그래픽

감액 배당을 두고 금융지주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월 주주환원을 위한 감액 배당 추진을 결정했다. 하지만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실시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주주환원은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충분할뿐더러 투자자별 형평성 문제, 자본 부실 우려 등 부정적 인식도 있다는 입장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24~25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감액 배당 실시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감액 배당 취지는 공감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책을 세우진 않았다”고 언급했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 역시 “연초 감액 배당에 대해 가볍게 검토했으나 현재는 이행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적으로 배당은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번 돈에서 남은 이익(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형식이다. 반면 감액 배당은 액면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주식을 발행해 생긴 자본준비금(자본잉여금)으로 진행하는 배당이다. 상법에서는 자본잉여금의 경우 납입자본금의 1.5배 초과액에 대해서는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게 허용한다.  

금융지주를 향한 감액 배당 요구는 우리금융으로부터 비롯됐다. 우리금융은 지난 2월 열린 연간 경영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율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자본잉여금 중 3조원을 이익잉여금 계정으로 이입해 감액 배당을 하겠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 전입 안건을 결의했고, 이 금액으로 감액 배당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은행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감액 배당이 이뤄지자 주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5.4%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일반 배당과 달리 감액 배당은 소득세를 내지 않아 개인주주들은 배당금 전액을 그대로 수령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대주주들에게도 이득이다. 원래는 연간 이자와 배당 합산액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 및 다른 소득 합산액에 최대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감액 배당은 배당 소득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다른 금융지주들은 감액 배당을 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감액 배당이 아니어도 이미 주주환원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주주환원 규모가 가장 작은 우리금융이 그 격차를 줄이려고 다른 금융지주들이 주저하는 감액 배당을 선제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1분기 역성장을 이룬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2025년 예상 배당 규모(자사주 매입·소각 1500억원, 현금배당 8000~9000억원)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감액 배당을 향한 부정적 인식도 걸림돌이다. 감액 배당은 법인·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실익이 없다. 법인 투자자의 경우 일반 배당과 감액 배당 모두 일괄적으로 법인세로 과세돼 세금 절감 효과가 없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대부분 투자 목적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투자한다. 게다가 기업 재무 건전성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일반 배당과 달리 감액 배당은 자본잉여금 같은 한정된 자본을 활용하는 만큼 지속성이 떨어지는 단기 전략”이라며 “자사주 매입 등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감액 배당이 최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는 감액 배당 차액(감액배당액-주식취득액)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원금 이상을 돌려받는 것은 감액 배당의 취지에 어긋나서다. 그러나 개인별 주식취득액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법인 주주는 비교적 수가 적고 세무 대리인도 있어 취득 가액 확인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개인 주주는 취득가액을 일일이 따지기 어려워 실질적 과세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daink@kukinews.com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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