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교문방정환도서관의 역사...5월의 소파 방정환을 만나볼까

구리시 교문방정환도서관의 역사...5월의 소파 방정환을 만나볼까

교문방정환도서관의 역사와 개관 1년의 행보 톺아보기
방정환의 정신 구리시와 접목한 도시브랜드 창출 기대도

기사승인 2025-05-02 11:14:11
 소파 방정환 선생이 활동하던 시대의 기록물을 재현한 교문방정환도서관 개관 기념 신문. 구리시 제공 

예전 도서관의 역할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열람하는 곳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역 내 커뮤니티의 중심이자 아동 돌봄의 기능, 지역축제의 장소, 더 나아가 지자체의 특화사업의 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관한 경기 구리시 교문방정환도서관이 대표적인 곳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의 삶을 기리고, 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구리시의 헌신적 노력이 녹아있는 곳이다. 이 도서관의 역사와 개관 1년의 행보를 되짚어 본다.

구리시의 최초 도서관은 1980년대 남양주군 구리읍시절(행정구역 변경) 구리읍민회관 1층에서 시작됐다. 1994년 5월 교문동에 구리시립도서관이 준공되기 전까지 작지만 소중한 공간이었다. 이후 2003년 구리시립도서관은 교문도서관으로 개명했다.

교문도서관은 1994년부터 2021년까지 27년간 구리 시민의 사랑을 받은 공공도서관이었으나, 노후화돼 시는 총 사업비 69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2984㎡ 규모의 지하1층, 지상 3층에 첨단 IT 기술을 적용한 현대화 공사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민선8기 백경현 시장이 취임하면서 소파 방정환의 정신을 구리시에 접목하고자 방정환 도서관으로 명칭 변경을 필두로 방정환 미래교육센터, 방정환 아카데미, 방정환 문학상 등 4대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추진했다.

이때 조례 변경에 앞선 성급한 추진이다. 예산 낭비다. 심지어 방정환의 호가 '교문'인 줄 알겠다는 등 반대의 목소리도 거셌지만 시의회가 고수한 '교문'과 시가 주장한 방정환을 넣어 ‘교문방정환도서관’으로 간판을 걸고 방정환 특화 도서관으로 가동하게 됐다.

백 시장이 구상하는 방정환 프로젝트는 단순히 도서관 이름을 바꾸는 데 있지 않았다. 타 도시와 차별화된 도시의 특성과 이미지를 살려 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이어진다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유·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해 결속력을 강화하기에 충분하다. 그 시작이 방정환도서관이다.

방정환과 구리시의 인연

우리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역사의 인물을 위인(偉人)이라고 부른다. 위인의 탄생지, 머물렀던 곳, 죽어 묻힌 곳을 한자로 생거(生居), 우거(寓居), 사거(死居)라 칭하고 기념물을 세워 뜻을 기린다.

어린이들의 벗을 자처한 방정환 선생의 생거는 서울 종로구 당주동이고, 우거는 천도교와 개벽사 외 여러 곳에 관련돼 있다. 그의 사거는 망우리역사문화공원(망우리공원)으로 구리와의 인연은 사거에 속한다.

소파는 20세부터 어린이 사랑을 실천하다 일제의 탄압과 개벽사의 재정난, 과로 등으로 33세의 짧은 생을 마치고 홍제동화장터(납골당)에 5년간 머문다.

소파의 동무들은 서거 5주년을 맞아 납골당에서 경성부립망우리공동묘지(망우리공원)로 옮겨 안장한다. 그날이 1936년 7월 23일이며, 구리시 교문동에 머무는 사거의 인연이 88년째 이어지고 있다.

방정환 특화존과 방정환 문학상 작품, 현대 어린이 잡지를 전시하는 교문방정환도서관 1층 공간.구리시 제공 

 방정환 특화사업 무엇이 있나


교문방정환도서관은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에 대한 철학과 독서 문화를 접목한 독특한 프로그램을 개관 전부터 기획하고 개관과 동시에 특화사업의 장을 펼쳤다.

도서관 1층에는 소파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하는 방정환 특화존을 비롯해 방정환 문학상 전시 코너, 현대 어린이 잡지를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또한 소파의 묘역과 구리9경을 가상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체험존과 동화를 소리로 듣고 감상하는 미디어 동화 체험존, 소파가 발간한 잡지 ‘어린이’ 영인본 등 관련 도서가 전시된 '소파의 서재'가 있다. 또, 소파의 저서와 번역서 261종, 방정환문학상과 방정환문학 공모 수상작 출판물 125종, 어린이 잡지 등 관련 간행물 14종을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은 지난해부터 방정환연구소 등 여러 관련 기관으로부터 소장 자료를 기증받거나 자료 활용 동의를 얻어, 체계적인 아카이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소파 컬렉션, 도서관 자료, 방정환 도서 등 3개의 코너로, 소파가 활동하던 시대의 기록물(사진·문서·신문·학술자료·기사자료 등)을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현재 아카이브에는 소파 관련 도서 자료 373종(대출가능 136종, 전시자료 237종), 방정환 비도서 자료 840건이 별도로 저장되어 있으며, 도서관 홈페이지 ‘방정환 아카이브’에서 열람할 수 있다.

또한 홈페이지에는 소파 관련 콘텐츠로 도서·사진·영상·논문 등 280종의 자료가 업데이트되어 온라인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은 앞으로도 ‘방정환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소파 관련 국내 최고의 전문 포털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계획이다.

방정환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

도서관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어린이 사랑을 실천한 소파의 뜻을 이어받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소파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야기꾼이었다. 동요·동화·소년소설·동극 창작에 힘쓰고, 많은 외국 동화를 번역해 어린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제공했다. 또한 어디를 가나 구수한 입담으로 청중을 웃고 울게 했으며, 그를 감시하던 순사마저도 눈물을 흘리게 해 ‘순사를 울린 사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도서관은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러 양성 과정’을 운영해 17명의 이야기꾼을 배출했으며, 취학 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그림책과 동화 구연’에서 책 읽기와 글쓰기 등을 진행하며 올바른 독서 습관을 심고 있다. 

소파와 관련이 가장 깊은 단어는 단연 '어린이날'이다. 도서관은 매년 5월 가정의 달에 ‘방정환과 어린이’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지난해 첫 행사는 방정환 특화사업을 알리고 방정환 선생의 철학과 이념을 전달하기 위한 강좌·공연·야외 체험·이벤트·전시 등을 진행했다. 소파의 일화와 어린이날 탄생 비화를 소개한 이날 강좌는 554명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예비 사서 대학생이 기획한 방정환 콘텐츠

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독서의 흥미를 높이는 동시에 방정환의 사상을 전할 수 있는 최적의 통로다. 이에 예비 사서인 문헌정보학과 대학생들과 협력해 소파와 관련된 이야기를 기획 전시했다.

지난해 참여한 동덕여자대학교의 ‘북덕 동아리’는 방정환의 정보를 카드 뉴스, 어린이 포스터, 참여형 전시, 깔깔소학교 등을 운영했다.

소파가 ‘깔깔박사’로 활동하며 ‘어린이’ 잡지에 아이들 글을 공모해 게재했던 코너를 재현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의 재밌는 이야기(유머)를 인스타툰 영상으로 제작해 도서관 인스타그램과 교문방정환도서관 미디어월에 게재했다.

연세대학교의 동아리 ‘도서관 활동원정대’는 소파와 관련한 논문 4편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분석한 카드뉴스를 전시하고, 여름방학 중 방정환 선생님의 생애 알아보기, 소파 퀴즈 팀 대항전, 방정환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로 어린이가 소파에게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왔다.

특히 어린이 권리를 주장하는 신지명 작가의 ‘오, 나의 달고나’를 선정해 독서 골든벨과 어린이 인권 독서 리플릿 만들기 등을 전개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비합리적인 차별에 맞서고, 존중받을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올해도 예비 사서와 연계를 확대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학교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전시회. 구리시 제공 

삼일절·광복절로 익히는 독립운동사·한국 근현대사 전시

도서관은 지난 3월 올해 105주년 삼일절을 기념해 재개관 이후 첫 전시회로 독립기념관 특별기획 순회전을 개최했다.
방정환을 비롯한 여러 독립운동가를 소개하고 국가기록원의 삼일절 특보 영상(1962년), 독립운동사(10권) 전시, 재미있는 초등역사(근대사)를 QR코드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해 모든 세대가 독립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기억하도록 도왔다.

또, 광복 79주년을 맞아 ‘교육’을 주제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학교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전시회도 개최했다.
이 전시는 100년 전 학교 모습을 시대별로 구분해 국사편찬위원회·대한민국역사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독립잇다 등 기관별 소장 자료를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 자료로 전시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주제별 컬렉션인 ‘교과서’는 대한제국기부터 제7차 교육과정기까지의 시대적 특징과 변화상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광복절 기념 영상을 상시 상영하고, 독립운동가에게 보내는 엽서 쓰기 이벤트를 진행해 순국선열들에 대한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이끌어 냈다.

도서관은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된 기획전시도 기획했다.

첫 전시는 지난 4월 막을 내린 △ 106주년 삼일절 기념전시, △ 이달 23일까지 열리는 어린이날 103주년 기념전시, △ 오는 8월 1일부터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이 어떤 역사를 통해 이루어졌는 성찰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서점과 함께하는 매일 독서 습관 형성 프로젝트 '리추얼 독서' 운영

도서관은 독서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도록 '리추얼 독서' 프로그램을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하고 도서관의 구독형 전자책 중 한 권을 선정해 4주 단위로 함께 읽고, 독자가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사고를 확장할 계기를 만들고 있다.

또 도서관은 소파의 생애와 업적을 알리고자 자원활동 도슨트와 함께 어린이 단체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들은 도서관 이용 교육, 미디어 체험존을 통한 가상 구리시 탐방, 방정환 선생님 소개, 동화 구연 및 체험 활동으로 소파의 생애와 업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야기꾼 방정환과 함께하는 독립운동 소풍’ 프로그램 카드뉴스. 구리시 제공 

이야기꾼 방정환과 함께하는 독립운동 소풍 운영

도서관은 올해 경기도가 주관한 ‘광복 80주년 기념 문화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이야기꾼 방정환과 함께하는 독립운동 소풍’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 사업은 도비 5200만원을 지원받아 △가족별 독립운동 사적지 소풍 △관내 초등학교 파견 수업 △도서관 견학 체험 등으로 구성해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역사적 장소를 체험하고 방정환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또한 구리시의 독립운동사를 기반으로 한 사전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학교 파견 강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시는 이런 노력과 결과물들이 도서관 부흥에 멈추지 않고 시민들이 방정환과 구리시의 연계성을 체감하고 역사의 인물을 실생활에 녹여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성은숙 기자
news1004@kukinews.com
성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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