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배 역대 우승자 6명(이창호·유창혁·강동윤·왕리청·장쉬·저우쥔쉰 9단)과 최정 9단, 스미레 4단이 제30회 LG배 본선에 합류했다.
이번 대회에 초청된 역대 우승자는 한국 유창혁 9단(6회)과 이창호 9단(1·3·5·8회), 강동윤 9단(20회), 일본 왕리청 9단(2회), 장쉬 9단(9회), 대만 저우쥔쉰 9단(11회)이다. 역대 우승자 중 중국은 불참을 선언해 제외됐고, 한국의 신진서·박정환·신민준·변상일 9단은 이미 시드를 받아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했다.
주최사 시드는 당초 1장이었지만, 중국의 불참으로 1장을 추가해 2명이 시드를 받았다. 주최 측은 여자기사 중 유일하게 LG배 본선 자력 진출 경험이 있는 최정 9단을 시드로 선정했다. 또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의미를 담아 스미레 4단에게도 시드권을 부여했다. 스미레 4단은 일본 출신으로, 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한·일 바둑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주최사 시드까지 선정을 마치면서 제30회 LG배 본선에 출전한 24명의 선수 명단이 확정됐다. 한국은 전기 시드 변상일 9단과 국가 시드 4명, 역대 우승자 3명, 주최사 시드 2명, 국내 선발전 통과자 7명 등 17명이 우승컵 도전에 나선다. 일본은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왕리청·장쉬 9단이 출전하며, 국가 시드자 이야마 유타·이치리키 료 9단과 선발전을 통과한 쉬자위안 9단도 출사표를 던졌다. 대만은 역대 우승자 저우쥔쉰 9단과 쉬아오훙 9단이 선발전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다.
서른 번째 LG배 본선은 오는 5월18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리는 대진 추첨식을 시작으로 19일에는 24강, 21일에는 16강이 펼쳐진다. 8강과 4강은 8월에 열리며, 결승 3번기는 관례를 따라 해를 넘겨 2026년 1월에 진행한다. 제30회 LG배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국내 선발전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 40초 초읽기 5회이며, 본선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다.

한편 이번 사태는 지난 1월22일 열린 제29회 LG배 결승 2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승 1국에서 기선을 제압하면서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긴 중국 커제 9단은 2국에서도 초반부터 큰 우세를 잡았다. 하지만 한국에만 존재하는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규정에 의해 경고 1회와 벌점 2집을 받은 데 이어, 잠시 후 다시 같은 규정 위반으로 ‘반칙패’를 당했다.
1-1 상황에서 펼친 결승 3국은 반대로 변상일 9단이 유리한 흐름이었다. 커제 9단의 패배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초·중반 사석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던 커제 9단이 연속해서 따낸 돌을 아무렇게나 던지는 행위를 반복했고, 심판이 개입해 경고 1회와 벌점 2집을 부여했다.
커제 9단은 심판 판정에 불복해 크게 항의했다. 한국 손근기 심판에게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인 커제 9단은 결국 경기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고, 한국기원은 ‘기권패’를 선언했다. 변상일 9단 입장에선 불리한 국면에서 2국 ‘반칙승’, 반대로 3국은 필승지세 국면에서 ‘기권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한 셈이 됐고, 중국 바둑 팬들은 변 9단의 우승을 조롱하는 ‘밈’을 만드는 등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쿠키뉴스가 지난 2월5일 단독 보도한 ‘[단독] ‘LG배 사태’ 의견 낸 신진서 “3국은 커제 잘못도 크다” [쿠키인터뷰]’ 기사가 중국 주요 언론에 번역돼 실렸고, 이후 중국 바둑 팬들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여전히 커제 9단을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세계 일인자’ 신진서 9단의 의견대로 3국을 두다 말고 항의를 하다 대국장을 이탈한 커제 9단의 행동 역시 잘못이라는 견해도 힘을 받았다.
한국 주최 ‘풀리그 대회’인 쏘팔코사놀배에 커제 9단을 비롯한 중국 선수단이 불참하는 등 경색 국면을 보였던 양국 관계는 최근 다시 교류를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LG배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한국기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중국 바둑리그 출전 불가 조치 또한 풀어야 할 난제다. 바둑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한국 프로기사들이 중국 바둑리그(갑조리그, 을조리그, 여자리그 등)에 용병으로 출전하면서 매년 약 15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면서 “LG배 사태 이후 올해 한국 선수들의 중국리그 진출이 좌절됐는데, 이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30회 LG배는 중국 선수 출전 없이 ‘역대 우승자’와 ‘여자 기자’ 초청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향후 한국기원이 중국 바둑계와 어떻게 관계를 개선해나갈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