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후보는 12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탄핵 사과에 대해 잘 논의해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외에서는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대한 요구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윤 전 대통령이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중도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한층 거세진 모양새다.
이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 그리고 당 스스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마땅한 책임을 지우지 못한 것, 이런 계엄이 일어나기 전에 대통령과 진정한 협치의 정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과오로서 인정해야 한다”며 사과했다.
당내 탄핵찬성파와 빅텐트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모두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만큼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탄핵찬성파인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를 향해 비상계엄과 탄핵 문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재차 촉구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 및 출당 조치를 요구하며 “김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재명 세상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후보가 한 전 대표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 선대위 참여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 ‘탄핵 반대파’인 만큼 전향적인 메시지는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는 지난해 12월11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고개를 숙일 때 홀로 거부한 채 자리를 지켜 ‘꼿꼿문수’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전문가는 김 후보가 당내 의원들이 자신을 지지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과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앞으로의 당권을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는 필요할 것”이라며 “진정성 여부를 떠나서 사과하지 않으면 당내의 찬탄파(탄핵 찬성파)들이 김 후보를 지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의 입장이 향후 보수 빅텐트 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당내 비윤계 의원들을 포섭하는 데는 도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준석 후보의 경우 지지자들의 이탈과 향후 정치 인생을 고려해서라도 절대 단일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