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성적 공개, 교육 회복인가 역행인가…대법 판결에 엇갈린 시선

기초학력 성적 공개, 교육 회복인가 역행인가…대법 판결에 엇갈린 시선

서울시 조례 ‘합헌’ 결정…시의회 “책무 이행” vs 교육청·학부모 “서열화 우려”

기사승인 2025-05-16 06:00:07
서울 금천구 금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시의회가 추진해 온 기초학력 진단 결과 공개 조례가 대법원에서 최종 합헌 판단을 받으면서, 학교별 학력 현황 공개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교육청과 교육계, 학부모단체는 서열화와 과열 경쟁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례가 제정권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고, 상위법과도 충돌하지 않는다”며 합법성을 인정했다. 또 “학교 명칭을 기호화하면 서열화 우려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는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놨다. 최호정 의장은 “기초학력 보장은 아이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자, 공교육의 가장 기본적 책무라는 의회의 판단을 인정해 준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며 “서울시교육청은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이 기초학력도 갖추지 못한 채 학교 문을 나서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조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결과 공개가 학교 간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정책 본연의 목적은 학생 개별 맞춤형 지원에 있고,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 및 교육공동체와 협력해 현장의 혼란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단체도 우려를 표했다. 강영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은 분명 존재하지만, 교사와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먼저”라며 “성적 공개는 교사에게 부담만 주고 공교육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까지 학부모들이 진단 결과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정작 중요한 다른 권리들은 보장해 주지 않으면서 갑자기 ‘알 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학부모를 핑계 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도 공개 자체보다 활용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지원이 필요한 학교에 예산을 배정하는 등 행정적 활용은 의미 있지만, 단순한 성적 공개는 낙인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검진처럼 개별 통지와 맞춤형 지원이 동반돼야 실질적 효과가 있다”며 “공교육의 본질은 평가가 아니라 지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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