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4차 공판이 진행됐다. 그러나 재판 당일 현장은 공판 심리 내용보다 윤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 재판장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의 ‘술집 접대 의혹’ 등 재판 외적 이슈로 더 시끄러웠다.
국힘 탈당한 尹…포토라인에서도 ‘묵묵부답’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오전 10시15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 사건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지하가 아닌 지상을 통해 법정에 입장했다. 어두운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2대8 가르마 차림으로 이전 공판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특히 이번 공판은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처음 법원 포토라인에 선 자리였다.
기자들은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입장이 있느냐”, “국민에게 할 말은 없느냐”,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을 쏟아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지 판사 “접대 사실 아냐”…민주당 “사진 있다” 반박
재판은 오전 10시15분 시작됐다. 평소 가벼운 인사로 공판을 시작해온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이례적으로 본격 심리에 앞서 입을 열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아마 궁금해하실 것이고, 제가 얘기하지 않으면 재판 자체가 신뢰받기 어렵다는 생각에 말씀드린다”며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평소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지내는 사람”이라며 “그런 시대 자체가 아니다. 삼겹살에 소맥도 사주는 사람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요 재판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판사 뒷조사에 기반한 외부 공격이 계속되는 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재판부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식을 들은 민주당은 곧 지 판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판 시작 약 45분 전에 유흥업소 내부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지 판사가 지인 2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현장 확인 결과 서울 강남에 있는 고급 룸살롱이었다”며 “사진이 있는데도 뻔뻔하게 거짓말한 판사에게 내란 재판을 맡길 수 없다. 당장 법복을 벗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판사는 오후 재개된 공판에서 관련 논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전 증인(박정환 특전사 참모장)을 다시 불러 죄송하다. 되도록 빨리 끝내겠다”며 심리를 이어갔다.

박정환 “곽종근, ‘문 부수고 들어간다’ 복창”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환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고, 통화 중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간다”고 복창한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707특임대와 1공수여단이 국회에 도착한 뒤, 곽 사령관이 어떤 지시를 했느냐”고 묻자, 박 참모장은 “기억나는 지시는 ‘유리창을 깨라’,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라’, ‘표결을 못 하도록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장에 있던 참모들도 매우 놀랐다. 작전처장과 정보처장이 곽 사령관의 지시를 듣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던 걸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 참모장이 당시 휴대전화에 기록한 메모 내용도 제시했다. 메모에는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라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라 △본회의장에서 표결을 못 하게 의원들을 끌어내라 등의 문장이 포함됐다. 박 참모장은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고, 큰 문제라고 생각해 중요한 워딩만이라도 남겨야겠다고 판단해 메모했다”며 “시간 순서는 맞지 않지만, 나머지는 개인적 소회를 일기처럼 적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내란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법정형도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보니 증인이 신경 쓰지 않았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박 참모장은 “사건이 끝났을 무렵, 사령관에 대한 신뢰 문제나 부하들과의 배신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며 “일찍 지휘통제실에 간 이유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특별히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마무리하며 오는 26일 5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박정환 참모장의 증인신문과 검사·변호인 측의 모두발언이 길어지면서 예정돼 있던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5차 공판에서 이상현 여단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